"할머니가 병원 치료라도 맘껏 받았으면…."
성한수(가명·동도중 2년·대구 동구 효목2동)군은 78세의 할머니와 단둘이서 산다. 4세 때 어머니는 이혼 후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몇 달째 집을 나가 연락할 길이 없다. 어쩌다 한 번씩 들러 쌀을 놓고 가거나 몇 만원을 쥐여주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건설일을 하던 아버지는 2년 전 실직한 뒤 정처없이 떠도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아버지가 있어 할머니와 한수는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고정적인 수입은 할머니가 받는 한 달 8만4천원의 노령연금이 고작이다. 할머니가 하루 5, 6시간 동네를 돌아다녀 폐지를 줍지만 일주일 꼬박 다리품을 팔아야 1만원도 채 벌지 못한다.
할머니와 한수는 이 돈을 쪼개고 쪼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밥상에는 밥과 텃밭에서 가꾼 채소 몇 가지가 전부다. 옷은 아버지가 입다 남겨두고 간 것 중 그나마 작은 것을 골라 입고 있다. 각종 요금과 공과금은 죄다 연체가 됐다. 학교 급식비는 물론이고 전기료, 수도료 등도 몇 달치가 밀려 있다.
가장 답답한 것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건강보험 역시 1년 넘게 돈을 내지 못해 수급자격이 정지돼 감기치료 한번에도 4만~5만원이 든다. 비염에 천식까지 있는 한수는 학교의 주선으로 병원을 개업한 학부모에게서 무료 진료라도 받고 있지만, 78세의 할머니는 노환으로 여기저기 아파도 병원조차 가지 못한다. 두달 전에도 넘어져 다리와 허리를 다쳤지만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그냥 견디고 있다.
한수의 꿈은 '게임 일러스터'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지만 끼니 때우기조차 힘든 한수네 사정으론 꿈도 못 꿀 일이다. "공부보다는 그림을 잘 그리니 그림으로 성공해서 할머니 편히 모시고 싶은데…." 한수는 말끝을 흐렸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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