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예보관에게 여름은 '잔인한 계절'이다. 날씨에 울고 웃는 대구 기상대 사람들을 29일 만났다.
◆날씨에 울고 웃다…
29일 오후 2시쯤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 기상대 예보실. 이동한(57) 기상대장을 비롯한 3명의 예보관은 37인치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바뀌는 구름 이동 상황을 체크하는 등 기상 정보를 낚아채기에 여념이 없었다. 곧 있을 전국 기상예보관들의 영상 회의를 준비하느라 이 시간대가 하루 중 제일 바쁘다. 이 대장은 "전국의 예보관들이 하루에 한 번씩 기상예보 영상 회의를 한다"며 "회의에 앞서 대구 기상대의 기상 의견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대원들은 일과 시간이 따로 없다. 2인 1조로 매일 주야간 12시간 근무를 하지만 근무 교대 뒤에도 '혹 예보가 빗나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좀처럼 기상대를 떠나지 못한다. 신경성 위장병을 달고 다니는 이유다. 23년 경력의 베테랑 정원조(46) 예보관은 "아파트 베란다에 비가 오면 소리가 잘 들리도록 양철판을 설치해 놨다"며 "비 온다는 예보를 내놓고 퇴근해도 비가 오지 않으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고 했다.
기상대 사람들은 여름이 달갑지 않다. 여름이 날씨 변화가 1년 중 가장 심하고 재난 우려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편히 피서를 즐길 여유조차 없어 늘 미안하다. 한성민(36) 예보관은 "밤낮이 따로 없는 기상대 업무 때문에 가족들과 마음 편히 여름휴가를 다녀온 적이 없다"며 "기상대 일은 사명감 없이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정 예보관은 "여름에 발생하는 태풍이나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해는 시민들의 재산과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최근엔 지구가 더워지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퍼붓는 국지성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여름 날씨 예보는 더욱 힘들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는 날씨 예측이 어렵다.
예보관들은 신이 아닌 이상 정확한 날씨 예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시민들은 슈퍼 기상 컴퓨터가 날씨를 예측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슈퍼 컴퓨터는 위성사진, 강수 레이더 수치 등 기상관측 자료만 내놓을 뿐이다. 자료 분석과 날씨예보는 예보관들 몫이다. 매일 전국의 기상 예보관들이 영상으로 날씨에 대해 데이터를 보고 의견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장은 "날씨 예보는 슈퍼 컴퓨터가 60%를 한다면 나머지 40%는 예보관들의 노하우로 결정된다. 날씨를 맞힌다는 것은 목욕탕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물방울들이 몇 시에 떨어질지 예측하는 것만큼 힘들다"고 했다.
날씨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지난 주말과 휴일처럼 비가 온다고 예보했으나 비가 오지 않은 것도 대기가 예측불허상태로 바뀐 결과다. 대기는 습도, 기온, 구름 등 충분히 비가 올 상황이었지만 대기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결국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대구의 경우 거대한 분지 지형이라 날씨 예측이 더욱 어렵다. 한 예보관은 "대구는 해안의 비구름대가 높은 산들을 지나면서 강우량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다른 지역보다 날씨를 맞히기가 더 힘들다"며 "아무리 성능이 좋은 컴퓨터가 나온다 하더라도 기상 과학은 앞으로도 인간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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