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 정책' 이대로 좋은가] <상>지역신문 유린하는 신문고시 폐지

'시장 독과점' 거대신문 횡포 부채질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신문법 등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려 하면서 편향된 신문관련 정책을 끼워넣고 있다. 하나같이 조중동 등 거대 신문사들에 혜택을 주려 할 뿐, 지역신문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지역신문은 지역여론을 형성하고 지역민들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지역문화 창달로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공적 존재이다. 이 때문에 서구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역신문을 보호, 육성하는 갖가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신문 공동기획'을 통해 거꾸로 가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과 신문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고가의 경품·무가지로 대표되는 '과당·불법·출혈경쟁'과 '강제투입' 등 우리처럼 왜곡되고 무질서한 신문시장을 가진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고가의 경품과 무가지는 사실상 독자의 선택권을 유린하는 여론 매수행위로 자본력을 앞세운 몇몇 신문사들에 의한 인위적인 '여론 독과점'으로 이어진다는 데서 문제가 심각하다.

1년 구독료의 20%를 상회하는 경품과 무가지를 규제하는 '신문고시'는 이 같은 사회적 배경 하에 도입됐다. 헌법재판소의 경우도 지난 2002년 7월 몇몇 신문이 제기한 위헌소송에 대해 '신문고시는 합헌이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조중동 등 거대 전국지들은 '합헌' 결정 이후에도 끊임없이 고가의 경품과 무가지로 신문시장 질서를 유린하고 신문고시를 위반해 왔다. '기자협회보'가 2008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4~2007년 신문고시 위반 537건 중 조중동 3개 신문사가 445건에 이르렀다.

현정부 들어 조중동의 신문고시 위반은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돼 1년 구독료를 웃도는 경품과 무가지까지 등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달 15, 16일 조중동 지국 90곳에 대해 신문고시 준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9곳이 신문고시를 위반했다. '조선'과 '동아'의 위반율은 100%였고, '중앙'은 단 1곳만 고시를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학자들은 "조중동은 불법 경품과 무가지로 광고를 독식하고 과당·불법 경쟁을 통해 부수를 유지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까지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반칙'이 난무하며 공정거래 질서가 파괴되고 있음에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신문시장 질서를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신문고시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번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강행하며 부당 경품과 무가지를 규제하는 신문법 제10조 '불공정 행위 규제' 항목을 전면 삭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 발맞춰 현재 구독료의 80%인 유가부수 인정기준을 50%로 낮춰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지난달 공표했다. 이는 경품과 무가지를 뿌려대며 부수확대에 나서는 조중동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오는 8월 23일 이후 신문고시를 폐지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 이미 한차례 신문고시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가 시민·사회 및 언론단체의 거센 반발 속에 중단한 바 있다.

기업들의 부당한 경품 제공은 불공정행위로 법의 규제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조중동은 노골적으로 불공정행위를 확대하고 있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밀월관계'를 위해 이를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와 전국지방신문협회는 25, 26일 회의에서 "무가지, 무상 경품제공 등 불공정 행위 규제를 완화하는 신문법 개정을 반대한다"며 "한나라당과 MB정부는 몇몇 독과점 매체를 위해 모든 지역신문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도 있는 길을 열어주려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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