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헉! 야생 멧돼지다…앞산·와룡산 등 출몰

27일 소방대원들이 대구 달서구 송현동 청소년수련원 뒤편에서 올무에 걸린 멧돼지를 포획하고 있는 모습. 달서소방서 제공
27일 소방대원들이 대구 달서구 송현동 청소년수련원 뒤편에서 올무에 걸린 멧돼지를 포획하고 있는 모습. 달서소방서 제공

야생 멧돼지가 도심 속 공원까지 출몰하고 있다. 도시 경계의 산중에 머물던 멧돼지들이 앞산이나 와룡산 등 도심 속 녹지와 공원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주거지역 인근에서 목격돼 주의가 요구된다.

◆멧돼지는 가까운 곳에 있다=27일 오전 6시 대구 달서구 송현동 청소년수련원 뒤편 계곡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무게가 160㎏에 이르는 대형 멧돼지가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에 걸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덫에 걸린 다리는 이미 부러진 뒤였고 고통과 공포에 질린 멧돼지는 이리저리 날뛰었다. 주민 신고로 출동한 119구조대는 2시간에 걸친 실랑이 끝에 마취총을 두 방 쏜 뒤에야 멧돼지를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나 탈진한 멧돼지는 마취제를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이곳은 등산객의 왕래가 잦고, 앞산순환도로와 500여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다. 멧돼지가 도심 지척까지 접근한 셈이다. 달서소방서 119구조대 관계자는 "사체를 산 아래로 옮기는 데만 장정 4명이 붙어 50분이나 걸렸다"며 "멧돼지가 지나치게 흥분해 극도로 위험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올 들어 공원이나 등산로에서 멧돼지를 목격했다는 주민신고가 10여 건에 이른다. 주로 와룡산이나 청룡산 등에서 등산객들에게 공포감을 줬다. 올 초에는 도심 공원인 달서구 송현공원에도 멧돼지 출몰 신고가 들어와 소방관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달서구청은 이곡동 와룡산 등산로 입구와 도원동 청룡산 입구에 멧돼지의 위험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최근 멧돼지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아 멧돼지 개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밤에 혼자 등산을 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놓은 행정기관=멧돼지가 도심 속 녹지까지 출현하는 이유는 개체수가 늘면서 경쟁에서 밀린 멧돼지들이 산 아래까지 내려오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등산객에 놀란 멧돼지가 산 아래로 도망가다가 주거지역 가까이 접근하는 경우도 적잖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원명 박사는 "멧돼지는 300m 밖에서도 사람 냄새를 맡으면 도망가는데 녹지가 좁다 보니 숨을 곳을 잃고 공포에 질린 채 도심 공원까지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도심 공원에서 야생 멧돼지와 마주칠 공산이 커지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별다른 대책이 없다. 얼마나 많은 멧돼지가 도심 속 녹지에 살고 있는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2006년 대구시와 환경부 등이 도심 경계의 멧돼지 서식 밀도를 매년 조사하고 이동 통로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모두 공염불에 그쳤다. 게다가 멧돼지 출현 신고가 잇따른 도심 공원 지역은 아예 관리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도시공원에 수렵장 개설을 할 수 없어 총기로 포획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현재로선 야생 멧돼지 실태 조사를 다시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멧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놀라 비명을 지르거나 등을 보이고 뛰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멧돼지는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놀라면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성질이 있다. 멧돼지의 시선을 피하면서 천천히 나무나 바위 뒤로 숨거나 우산이 있다면 펴는 것이 좋다. 멧돼지를 공격하는 듯한 행동은 절대 피해야 한다. 멧돼지의 교미기간인 11, 12월과 새끼를 낳는 봄철에는 성질이 난폭해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원명 박사는 "멧돼지가 먼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멧돼지를 놀라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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