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수성구청의 '大굴욕'

행정처분 변상금 반환 안해…아파트 시행사 오늘 금고 강제집행

대구 수성구청이 잘못된 행정처분으로 변상금 반환 판결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아 지역 행정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강제집행을 당하게 됐다. 강제집행은 행정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 대해 지자체 등 행정기관이 실시하는 것인데, 거꾸로 지자체가 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구청에 압류딱지 붙나?=대구 수성구 두산동에서 주상복합 아파트 '대우트럼프월드 수성' 사업을 벌였던 시행사 (주)SID하우징은 "수성구청과의 소송(부당이득금반환청구 등)에서 법원이 구청에게 변상금 반환 판결을 내렸는데도 이를 무시해 2일 수성구청을 상대로 유체동산(현금) 강제집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주)SID하우징 관계자는 "행정처리 잘못으로 기업 경영활동에 엄청난 시간적, 재정적 피해를 입었는데도 사과는커녕 법원의 판결까지 무시하는 행정기관의 처사를 바로잡기 위해 2일 수성구청 금고를 집행관을 통해 강제집행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집행관과 시행사 직원은 수성구청 건설과의 금고에서 현금을 가져가고 부족할 경우 비품에 대해 압류딱지를 붙일 계획이다.

이를 두고 관계자들은 구청과 시행사간에 오랜 감정싸움 끝에 터져나온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시행사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행정기관을 상대로 강제집행에 나서는 것은 업계 관행상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수성구청과 시행사간 마찰은 2003년 '대우트럼프월드 수성' 공사 를 하면서 수성구청에 건축허가를 받고 그해 11월부터 공사현장 주변에 펜스를 치고 공사를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시행사가 아파트 공사 현장 부지내에 구청 소유 소방도로 939㎡(두산동 107-4)가 있어 매입 신청을 했지만 구청이 이를 거부해 결국 3년 뒤인 2006년 10월 38억원을 주고 부지를 매입했다.

부지를 매각하고서도 수성구청은 미 매입부지를 무단 점용한채 공사를 했다며 시행사측에 2003년 11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무단점용에 따른 변상금 2억2천800만원(점용료 1억5천만원+과태료 7천여만원)을 2006년 11월에 부과했다. 시행사는 구청이 2003년도에 부지를 팔지 않아 3년 뒤 3.3㎡(1평)당 1천2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으로 매입했고 건축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한만큼 무단점용은 아니라며 2007년에 수성구청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등을 냈다.

법원은 '구청이 고의로 부지를 비싸게 팔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은 구청편을 들었지만, 도로점용부분은 '무단점용이 아닌만큼 변상금 부과는 잘못됐다'며 구청이 부과한 2억2천800만원과 지연 이자 등을 시행사에 돌려주라고 지난달 20일 판결했다.

하지만 수성구청은 변상금 반환을 지연한 채 지난달 15일 점용료를 부과한 뒤 최근 1억5천만원을 뺀 8천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시행사측에 통보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까지 받은 상황에서 구청측은 변상금을 반환한 뒤 법절차에 따라 도로점용료를 부과해야하나 이를 상계처리하겠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고, 반환지연으로 20%(6월21일이후)의 지연손해금까지 물게 돼 결국 구청이 시민의 혈세만 날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변상금을 되돌려주고 다시 도로점용료를 부과하는 게 순서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급이 지연됐다"며 "당장 지급은 어렵고 9월쯤 추경에 반영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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