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새로이 화두가 되고 있다. '다시, 마을이다'(조한혜정),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마하트마 간디),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박원순) 등 마을은 위험사회에서 살아남고, 희망을 만나고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지닌 곳으로 떠오른다. 마을은 돌봄과 배움이 있는 공동체이며, 잃어버린 마을을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하나의 문화와 하자센터의 장으로 우리사회의 실천적 담론을 생산해온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의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라는 책은 돌봄과 배움의 공간으로서 마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조한혜정 교수는 우리나라를 토건국가라고 부른다. 토건의 방법 외에는 나라를 일구는 방법을 몰라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 계속 신도시를 만들고 거대한 아파트를 짓는다. 지금은 4대 강 개발을 한다면서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치려고 한다. 아파트로 사람들이 몰리는 사이에 아이들의 삶의 공간은 없어지고 아파트가 아닌 주거 공간은 슬럼가가 되고, 안전한 마을을 일구는 주민도 없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도 없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기억'도 사라진 시대가 와 버렸다. 어린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은 시들시들 아프거나 이미 늙었고 어른들은 늙지 않으려 하는 사회, 토건국가의 병은 이런 식으로 터져 나왔고 그 병은 깊어져 회복이 어렵게 되었다.
그는 토건 국가적 발전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함께 자체 안에서 붕괴되고 있는 '근대 핵가족'의 경계를 넘어 따뜻한 돌봄과 즐거운 소통이 가능한 다양한 관계망들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조한혜정 교수는 현재의 세계화 과정이 사회 구성원을 소수의 지식기반 노동을 하는 고소득자와 다수의 유연화된 노동자로 분리하고 있어 극소수를 제외한 다수의 사람들은 불안정한 취업과 빈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는 다수 국민들이 지속 가능한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평생 고용이 아닌 평생 학습의 개념을 축으로 하는 일과 삶에 대한 근본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그동안 주로 여성들에 의해 미지불로 행해졌던 돌봄 노동(가사'육아'노인봉양)을 사회화하면서 사회 자체가 돌봄 공동체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육과 문화, 소프트웨어와 돌봄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성숙한 여성 국민'시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공동체적 삶을 기획할 수 있도록 사회 구조를 바꾸어 내는 것, 구체적으로는 지역 사회에서 자녀와 부모를 위한 돌봄 노동을 하는 이들을 발굴해 내고, 그들에게 '토건 체제'의 주체였던 남성이 독점한 자원을 재분배해야 한다. 이때 여성들이 만들어 낼 지역의 공동체적 기획은 공동육아일 수도 있고, 작은 학교일 수도 있고, 노부모를 보살피기 위한 요양소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 현재의 한국 복지 정책이 시혜적 복지 개념이 아닌 상호 작용적인 사회적 돌봄 개념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말한다.
식량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식욕이 문제가 되고 경제 생산이 중심이 되듯 애정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외로움과 무기력함이 문제가 되고 사회적 관계성의 생산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애정, 관계성과 돌봄의 결핍이 사회의 토대를 허물고 있기 때문에 돌봄(보살핌)의 사회화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돌봄과 배움의 공동체 사례로 서울 마포의 성미산 학교와 작은 학교로 되살아난 땅끝마을 서정분교, 주민자치센터 안에 설치한 마을학교와 마을도서관 등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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