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비'바람'돌 외에 꽃과 말, 그리고 많은 예술품에다 테마까지 있다. 요즘 제주도 관광의 화두는 오름과 올레길이다. 오름은 제주의 기생화산을 말하며, 제주도의 크고 작은 오름동호회에서는 매주 주말이면 1, 2개 오름을 타는 트레킹을 즐기기도 한다. 또 올레길은 마을의 골목길을 말한다. 큰 의미로는 관광객들이 지나 다니는 큰 길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런 제주도가 최근 들어서는 외국 관광객은 물론 국내 관광객들로부터도 인기다. 경기침체와 신종플루의 영향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 패턴이 묻지마식 해외 여행에서 탈피해 알차고 테마있는 국내 여행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여행사 관계자들이 가는 곳은 과연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따라 나선 제주도 관광에는 다름아닌 '자연보다 테마'가 있었다.
이번 제주도 관광은 ▷올레길 체험 ▷익스트림 아일랜드(2D'3D'4D 입체영상 체험) ▷유리의 성(유리 공예품 및 조형물 전시) ▷선녀와 나무꾼(1970년대 생활상 재현 및 민속품 전시) ▷조랑말 타기 ▷섭지코지'성산포해양관광지구 ▷아트랜드(세계 최대 분재 박물관 및 100대 걸작 미술관) 등을 돌아보는 코스.
여기에다 우리 국토의 최남단인 마라도와 누워 있는 소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우도(牛島), 그리고 떠다니는 섬이자 바다 위의 대형 주상복합건물이라 불리는 초호화급 설봉호를 타고 부산까지 오는 동안에는 삶의 무거운 짐과 겹겹이 쌓인 스트레스를 훨훨 털어낼 수 있어 제주도 여행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봄이면 들머리의 백사장, 끝머리 언덕 위 평원에 드리워진 노란색 유채밭, 여유롭게 풀을 뜯는 조랑말, 그리고 바위로 둘러쳐진 해안절벽, 전설 어린 선바위 등의 절묘한 조화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준다. 또 해안 일주도로에서 섭지코지까지 연결된 올레길(제주도 올레길 1코스)을 드라이브 하거나 걸으면서 밀물과 썰물에 따라 물속에 잠겼다가 일어서는 기암괴석들을 보노라면 자연이 만들어 선물한 수석 전시회에 온듯 가슴이 뭉클해진다.
관광 첫날 112㎡(34평형)와 179㎡(54평형) 등 400여개의 룸을 갖춘 휘닉스 아일랜드의 콘도 '벨라 테라스'에서 하루를 묵고는 이른 아침부터 섭지코지 탐방에 나섰다. '벨라 테라스'는 고품격 프리미엄 해양리조트답게 없는 게 없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대리석 욕조에다 이불 또한 뽀송뽀송할 만큼 청결했다.
오전 7시 모닝콜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깼다. 집에서 늘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끙끙거리던 내가 이날 고작 4시간가량만 자고도 거뜬히 일어나 다시 섭지코지 일대를 1시간여 걷고 식사 후 2시간을 더 걸을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기분은 상쾌했고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이유는 섭지코지 내 시설물 안내원의 말을 듣고서야 알 수 있었다. 양의 기운을 흠뻑 받은 때문이다. 성산 일출봉과 마주한 이곳은 해가 뜨면 가장 먼저 강렬한 빛이 도달하는 양의 기운이 너무나 센 곳이다.
이곳의 포인트는 '지니어스 로사이'와 '글라스 하우스'. '지니어스 로사이'는 섭지코지의 자연과 더불어 실내'외 공간에서 예술과 함께 만나는 명상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문경원 작가와 미디어 아트관에서는 나무의 생장과 소멸의 순간을 통해 미래에 대한 명상을 할 수 있는가 하면 어제의 하늘 풍경을 담은 영상으로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성산 일출봉의 외부 풍경을 담아 현재 모습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각각 마련하고 있다. 입구에 조성된 제주도 지도모형의 꽃밭에는 해를 보면 활짝 피어나고 해가 지면 오므라드는 빨간색 송엽국이 태양의 나라임을 말해주고 있다. 송엽국은 태양의 기(氣)를 느끼는 꽃이라 이곳에 심었다.
이 건물은 태양의 기운이 가장 강한 곳의 배꼽을 눌러 양의 기운을 순화시켰다는 건축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 들어가는 통로는 양쪽 현무암 절벽에 물을 흘려내려 몸의 때를 씻게 하고, 통로 끝 정면에 가로 5m, 세로 30cm가량의 석창으로 들어오는 일출봉은 액자 속 사진처럼 선명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모세의 기적처럼 문이 열리고 폭포가 흘러내리고 현재와 미래 세상이 펼쳐지고 급기야는 평온과 행복이 가득해지는 천국의 문이자 지상의 낙원이다.
리조트 동쪽에 지어진 '글라스 하우스'는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 태양을 향해 정동향으로 팔을 벌리고 있는 형상으로 설계, 건축됐다. 매일 그 많은 태양을 받아들이다 보니 '광기 어린 건물''미친 건물'로 불리기도 한다. 2층 건물인 이곳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로 1층 패스트푸드, 2층 전망대 식당 및 테라스 가든으로 구성돼 바다 위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어 연인들의 프로포즈 또는 사랑을 다지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2층에서는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고, 앞의 해맞이 광장은 기하학적인 형태로 경사지게 조성된 가운데 각종 꽃이 4계절 피어나 밋밋한 바다의 풍광에 향기와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은 운무에 허리춤이 감춰져 신이 오르는 듯 보였다. 이곳 직원은 "일반인들이 이 건물에서 자연 뷰를 한껏 누리고, 그 작품성을 확인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세계적인 걸작품 등 문화콘텐츠를 확보해두고 최소의 상업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2천5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해 섭지코지를 가꾸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 문화를 즐기고 마음의 양식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76만㎡(23만평) 규모의 섭지코지를 돌아보는 데는 넉넉잡아 1시간 걸린다. 리조트 '벨라 테라스'에서 바위로 만든 '행복한 문'을 통해 들어가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면 50실 규모의 별장 '힐리우스'를 지나 작은 성당~바람의 언덕~협자연대(煙臺)~등대~글라스하우스~안도 다다미 기념관이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용굼부리~잔디운동장 등이 펼쳐진다. 주요 포인트를 돌아보는 오름길 옆으로는 익모초와 인동초, 그리고 하얀 찔레꽃, 메밀꽃이 정취를 더하고 머지않아 일대를 뒤덮을 코스모스는 부지런히 꽃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곳 용굼부리에서는 용연못과 5개의 용의 발톱을 볼 수 있다. 넓고 평평한 코지 언덕 위의 협자연대는 옛날 배로 침입하는 적이 있을 때 군대 주둔지인 방호소나 수전소에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 비가 오면 직접 달려가 연락을 취하던 곳으로 제주도 내 38개 연대 중 하나다. 돌로 쌓아 올린 연대의 높이는 4m, 가로 세로 9m의 정방형으로 비교적 원형대로 보존돼 있다.
연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솟아 있는 봉우리는 '붉은오름'으로 '송이'라고 하는 붉은색 화산재로 이뤄진 오름이다. 정상의 하얀 등대는 봄이면 노란 유채꽃밭과 여름엔 분홍빛 코스모스, 그리고 오름의 붉은 흙빛, 파란 하늘빛 바다와 대비돼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섭지코지 내 오름길은 맨발로 걸어도 제격이다. 뾰족한 돌이 박혀 있지 않은 붉은 빛깔의 흙길과 중간중간에 깔린 돌은 그동안 도시 콘크리트 바닥을 거닐면서 충격을 받아왔던 발이 고향에 돌아온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등대 난간에 올라서 즐길 수 있는 섭지코지의 절벽 아래로 보이는 촛대 모양으로 삐죽 솟은 바위 '선돌'은 그 기품에 기가 막힐 정도다. 하늘나라 선녀에 대한 슬픈 짝사랑의 전설이 담긴 '선돌'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정수리는 온통 갈매기 배설물로 허옇게 덮여 마치 흰눈을 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 섭지코지는 2003년 TV드라마 '올인' 촬영세트장으로 유명해졌으며,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최진실이 살았던 그림 같은 푸른 바닷가의 집 배경이기도 하다.
여행(하늘로~바다로~)상품 문의는 대구경북지역 각 여행사.
◆섭지코지 선바위의 전설
옛날 이곳은 선녀들이 목욕을 하던 곳이다. 선녀를 한번 본 용왕신의 막내 아들이 용왕에게 선녀와 혼인하고 싶다고 간청하자 이에 못 이긴 용왕은 100일 동안 기다리면 선녀와 혼인시켜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100일째 되던 날 갑자기 파도가 높고 바람이 거세져 선녀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에 용왕이 "너의 정성이 부족해 하늘이 뜻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구나"라고 하자 이를 슬퍼한 막내는 이곳에서 선 채로 바위가 되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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