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와 닮은 일반인을 찾는 것이 유행이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가 뜨면 주인공을 닮은 일반인들이 인터넷 검색순위를 장식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더 나아가 드라마나 방송이 이 같은 닮은꼴 찾기 이벤트를 만들어 하나의 마케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대구에서도 스타 닮은꼴 외모로 유명세를 타는 이들이 적잖다.
★'영남대 구준표' 김동민
김동민(19'산업디자인과 1학년)씨는 주변에서 이미 스타 대접을 받는다. 구준표 신드롬을 몰고 왔던 KBS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던 지난 3월 초엔 각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의 별칭은 '영남대 구준표'. 오히려 주변에선 본인 이름보다 더 익숙한 표현이다. "그 전까지 구준표를 닮았는지 별로 몰랐어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갔는데 선배나 동기들이 구준표를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다른 학과 친구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제 사진을 올렸어요. 그러자 인터넷에 삽시간에 퍼져 그때부터 영남대 구준표로 유명해졌죠."
그는 처음에 구준표 닮았다는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 유명세를 타고부터 휴대폰으로 자신이 모르는 번호로 수시로 전화가 왔고 길거리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수군거리는 모습도 썩 달갑지 않았다. 더욱이 인터넷에서 키가 작다는 둥, 무늬만 구준표라는 둥, 뜨려고 일부러 구준표 행세를 한다는 둥의 악플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영남대 구준표로 뜬 것이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유명해진 뒤 '실'보다 '득'이 많았기 때문. "우선 발이 넓어졌어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첫인상을 좋게 봐주니까 쉽게 친해질 수 있더라고요. 또 웨딩숍이나 대학 등에서 홍보물을 찍겠다며 촬영 섭외도 많이 들어와 용돈도 짭짤하게 벌었어요. 여자들이 '영남대 구준표 아니냐'며 물어보면서 사진도 같이 찍을 때도 적잖았죠."
★'영남대 구혜선' 박지윤
대구 수성구청에 가면 구혜선이 있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지윤(22'여'영남대 불어불문학과 휴학)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은 어김없이 구혜선 이야기를 꺼낸다. 정작 자신은 구혜선을 닮았는지 잘 모른단다. 가족들도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라고.
그녀가 본격적으로 구혜선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은 2006년 겨울이었다. 당시 학교 홍보대사를 맡고 있었는데 고등학생들을 초청해 입학설명회를 자주 열 때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등학생들 사이에 구혜선으로 입소문이 나 혹 자신이 행사에 빠지기라도 하면 학생들이 '구혜선 누나 어디에 있느냐?'며 자주 묻더라는 것이다.
그녀는 키가 170㎝로 자그마한 구혜선에 비해 큰 편이다. 하지만 얼굴만큼은 구혜선으로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구혜선이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유명해지고 난 뒤엔 나이를 불문하고 구혜선을 쏙 빼닮았다고 해요."
사실 그녀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고 싶어 의도적으로 구혜선과 다른 스타일을 고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지없이 구혜선이란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보다 구혜선으로 알다 보니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습관도 생겼다. 더구나 친구들은 구혜선의 드라마 속 캐릭터처럼 '왈가닥'성격까지 닮았다고 놀리기도 한다.
"아무래도 스타와 닮으면 눈에 쉽게 띄잖아요. 그렇다 보니 가게에 물건 하나를 바꾸러 가더라도 쉽게 알아보고 바꿔줘요. 사람 사귀기도 좀 더 수월하고요. 하지만 꽃보다 남자가 한창 뜰 때 '구혜선처럼 해보라'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요구도 많아 좀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대구대 한가인' 이상미
이상미(21'여'물리치료학과 3학년)씨도 본인 이름보다 '대구대 한가인'으로 통한다. 최근 MBC 오락프로그램 '스친소'(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출연하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먹만 하고 갸름한 외모와 커다란 눈망울, 호리호리한 몸매 등은 스타 한가인을 쏙 빼닮았다.
"고교 때부터 몇몇 친구들로부터 한가인 닮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본격적으로 한가인 이야기를 들은 건 대학교 1학년 때부터였어요. 방송 타기 전에는 '물치과(물리치료학과) 한가인'이라 불렸어요."
그녀는 1년 전부터 지인의 쇼핑몰 피팅모델로 활동하고 있는데 방송작가가 쇼핑몰을 보고 섭외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방송 출연 후 그녀는 인터넷에서 '대구대 한가인'이라 불리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씨는 "한가인 닮았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대구대 한가인'이란 별칭을 즐기고 있다.
"한가인을 의도적으로 따라하지는 않았는데 한가인 소리를 듣고부터 TV에 한가인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더라고요. 전보다 거울을 더 보고 외모에도 좀 더 신경을 쓰게 되고요. 어떨 땐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죠."
그녀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자신에 대해 소근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것이 가끔 당황스럽기도 하다. 가끔 연예인 닮았다고 남자들로부터 '헌팅(?)'을 당하기도 한단다.
그녀는 올해 학과를 대명동에서 경산으로 옮기면서 그 전부터 하고 싶었던 학교 홍보알리미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대 한가인으로 알려지면서 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방송 출연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었고요."
▷왜 '스타 닮은꼴' 열풍일까
'○와 닮았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엔 이같은 것이 곧잘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된다. 바로 인터넷이 보편화되었기 때문. 예전엔 주위에서만 나돌던 닮은꼴은 이제 인터넷을 통해 누리꾼들 사이에 확대 생산된다. 이를 통해 스타를 닮은 일반인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영남대 심리학과 정봉교 교수는 "이 같은 열풍은 최근 심각해지는 외모지상주의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스타를 닮았다는 것 자체로 동경하게 된다는 것.
또 대리만족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연예인들은 보통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고 대하기도 쉽지 않은 인물인데 반해 연예인과 닮은 일반인은 곁에서 쉽게 말을 걸 수도 있고 대할 수도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사람들은 대리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스타 닮은꼴 일반인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끊임없이 스타와 이슈를 만들어내려는 미디어의 영향도 한몫하고 있다.
▷나는 누구와 닮았을까
사람들은 '내 얼굴은 과연 누구와 닮았을까'라는 의문을 품기 마련이다. 이럴 때 'MyHeritage'(마이헤리티지'www.myheritage.co.kr)에 접속해보면 어떨까. 이스라엘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마이헤리티지는 가족 계보와 관련된 연구 및 응용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회사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가족 계보와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해 무료로 회원가입을 하고 홈페이지 위쪽 '저명 인사'라는 항목을 클릭한 뒤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자신과 닮은 세계적 저명인사의 목록을 검색해 준다. 또한 자신의 얼굴과 가장 많이 닮은 것으로 검색된 유명인사 얼굴 사진을 서로 변환시켜주는 애니메이션 모프(Morph) 서비스와 자식이 부모 가운데 누구를 더 닮았는지 분석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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