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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밖에 털·나무가지로 변신한 털…김남표 전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이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나무 위에 턱하니 앞발을 걸치고 앉은 표범과 얼룩말의 튼실한 엉덩이를 보니 아프리카 느낌이 강하다. 저 멀리 바다인 듯 보이는 배경 위로 섬이 솟아 있기도 하고, 회색빛 둥치의 나무 옆에 자라는 대나무를 보니 다시 배경이 헷갈린다. 배경 뿐이 아니다. 풀 한 포기 없는 바닥에 주둥이를 대고 있는 얼룩말은 그렇다고 치고, 나무 가지 끝이 동물의 꼬리털로 바뀐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작가 김남표(40)는 상상이 허락하는 마지막 경계선까지 다다른 듯하다. 말과 얼룩말이 뛰노는 배경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고, 터무니없이 거대한 부츠와 하이힐은 작가적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치자. 캔버스 바깥으로 흘러내린 털의 촉감은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설마하는 마음에 다가간 손끝에는 부드러운 털이 실제로 만져졌다. 인조털을 캔버스에 붙일 생각을 하다니.

작가는 '인스턴트 랜드스케이프'(Instant Landscape)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즉흥적 풍경'이라는 이름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밑그림을 그려놓고 세부 작업을 마무리해 나가는 기존 화가들과는 달리 작가는 털을 캔버스에 붙여놓은 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조합해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그 털은 동물의 일부분이 될 수도 있고, 나무가지로 변신하기도 한다.

개관전에서 뜨는 작가 '잭슨 홍'을 소개했던 구지갤러리(대표 정홍기)는 23일까지 김남표 전시회를 연다. 털을 모티브로 한 색다른 작품도 선보인다. 캔버스를 가득 덮은 검은색 털은 한쪽으로 결을 타서 나란히 누워있다. 작가는 결을 반대로 세우며 이미지를 새겨넣었다. 빛의 반사에 따라 검은색 털은 결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며 나무와 숲과 호수, 고릴라가 되기도 한다. 김남표는 5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쳤고, 12월 뉴욕 가나아트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053)425-3651.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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