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혈관 질환은 겨울철에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겨울에 심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률과 유병률이 높긴 하지만 여름도 겨울 못지 않다. 특히 노약자나 심혈관 질환자는 한여름의 무더위가 치명적일 수 있다. 더운 날씨가 심장의 부담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인체는 체온이 올라가면 열을 발산하기 위해 땀을 배출하는데, 땀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 혈관이 늘어나면 넓어진 피부 혈관에 피가 몰리고 심장은 더 많은 혈액을 내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심장의 혈액량이 줄고 빨리 뛰게 되면서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는 것이다. 또 땀을 많이 흘리면 우리 몸의 혈액이 응고돼 혈전이 발생할 위험성도 커진다. 열대야나 폭염이 더위에 약하고 건강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에게 더 위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름철 심혈관 질환을 노리는 것엔 어떤 것이 있고,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폭염과 열대야
기온이 연일 30℃ 이상 올라가고 열대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 심혈관 질환자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 고령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심한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장 질환자나 노약자의 경우 심장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 부담이 극도로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을 하거나 등산, 물놀이 등을 즐길 때는 몸의 이상을 느끼지 못하다 갑자기 화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무더위엔 무리한 운동이나 레저활동은 피하는 게 좋다. 고령자의 경우 되도록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또 여름 휴가를 떠날 때에도 주의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자의 경우 스트레스에 예민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자주 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냉수욕
찌는 듯한 더위엔 등목, 냉수욕만큼 시원한 것도 없다. 그러나 덥다고 갑자기 냉수를 끼얹으면 고온에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해 심장병이 악화되거나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선 샤워나 등목을 할 때 냉수 대신 33~36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게 좋다. 특히 술을 마시고 목욕하거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교대욕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
◆열사병
기온이 갑자기 높아진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메스꺼움, 구토, 식욕 부진,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는 일사병이 발생할 수 있다. 땀이 지나치게 많이 배출돼 물과 소금기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심장병 환자들은 체내의 혈액량이 줄고 전해질 균형이 깨지는 것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맥박수 증가나 부정맥 발생 등 심장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일사병이 나타났을 경우 빨리 시원한 그늘에 눕히고 수분을 공급해주면 서서히 좋아지지만 무시하고 그대로 둘 경우엔 열사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열사병은 고온에서 장시간 작업할 때 뇌의 체온 조절 중추 손상으로 땀 배출 장애가 발생, 체온이 급격히 상승해 숨질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이에 더운 환경에서 장시간 일하거나 머무는 것을 피하는 게 최선이고, 피할 수 없다면 계속 수분과 소금 성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체온이 상승하고 의식의 변화가 있을 경우엔 먼저 시원한 곳으로 빨리 옮겨 몸을 식히면서 다리를 높여 뇌로 피가 잘 전달되도록 하고 수액 공급 등 전문의의 처치를 받게 해야 한다.
◆냉방병
냉방이 잘된 건물에 오래 있다 보면 몸이 나른해지고 의욕이 떨어지며 목이 아프고 눈이 충혈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냉방병이라고 하는데 가슴이 답답해지고 열이 날 수도 있다. 특히 심장병 환자의 경우 찬 공기에 노출될 경우 말초혈관이 수축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져 부담될 수 있고 세균 감염으로 심장병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외부와 실내 온도 차이를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하고 오랫동안 계속 냉방하지 말고 가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
◆생활 속 예방법
무더위를 이기는 묘책이란 없다. 그렇다고 심장을 보호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혈관성 질환자나 노약자는 여름에 무리한 운동을 삼가야 하고 갈증을 느낄 땐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기보다 전해질과 미네랄이 함유된 음료를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게 좋다. 매일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땐 되도록 음주를 피하고, 술을 마셔야 한다면 적당하게 마시는 게 좋다.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될 때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또 통풍이 잘 되고 밝은 색으로 열을 발산할 수 있는 옷을 입어 체온 상승을 최대한 줄일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고단백질 위주 식사보다는 땀으로 배출된 전해질과 수용성 비타민,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을 보충해 줄 수 있는 과일, 채소 등을 충분히 골고루 먹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해질 무렵 규칙적인 가벼운 운동은 스트레스를 풀고 불면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도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되도록 여유를 가지고 스트레스를 잘 풀어야 한다.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혈압 등 간단한 검사를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위험 인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둘 필요도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한춘덕, 허승호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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