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다 2008년 52세로 생을 마감한 고(故) 김양헌 선생의 1주기를 맞아 대구경북 문인들이 4일 대구 송원교육문화센터에서 '추모의 밤' 행사를 마련해 고인을 기리는 문학포럼 및 시 낭송회를 가졌다.
지난해 7월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20년 동안 두 권의 평론집과 수백 편에 이르는 평론활동을 펼쳐왔던 그를 기리는 이날 행사에는 문인수·장옥관·송재학·김선굉·윤일현·엄원태 시인 등 지역 문단의 중견시인들을 비롯한 30여명이 참석, 고인에 대한 추모의 정을 나눴다.
고인이 관여했던 목요시학회와 시오리, 수요문학회의 회원, 유가족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구미시청에 근무하는 권미강씨의 시 낭송에 맞춘 박정희 고려대 사회체육과 교수의 살풀이춤, 이날 행사를 준비해 온 엄원태 시인의 고인에 대한 연보 낭독으로 시작됐다.
문인수 시인은 "마을 뒤 산중턱에 사내의 임시 거처가 정해졌다"라고 시작되는 첫 추모시 '방주'를 낭송하며 생전 깎지 않아 턱을 뒤덮은 수염을 '숨풀'이라 표현하며 평소 '어이, 숨풀(生艸)!'하며 농담 삼아 안부를 물었던 옛날을 회상하며 추모의 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고인과 인도여행에 동행한 구미지역의 박정남 시인은 고인의 봄 무덤을 되새기며 "무덤은 도화꽃 속에서 봉긋하다/···여기는 무릉/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없었다/···산 자와 죽든 자가 함께 앉아/서로 음식을 나눠 먹는 오랜 시간/···/이윽고 더욱 봉긋해진 무덤이 남고/부드러운 어듬이 내려와서 앉았다"는 자작 추모시로 고인을 기렸다.
송재학 시인 역시 '너가 옮기는 숲의 이름'이란 추모시에서 "···그는 숲을 챙겨갈 요랑이다/···그는 초록 수염을 길렀다/···숨 쉬는 게 힘들다고 그는 웃는 듯 찡그리는 듯했다/···마구 울리던 전화벨의 부음을 그와 내가 함께 들었다"며 고인의 힘들었던 투병생활을 더듬고 생전의 그의 모습을 회상했다.
특히 구미에서 활동 중인 박상봉 시인은 추모시 '동기감응(同氣感應)하다'에서 "늦은 밤 혼자서 말의 감옥에 갇혀 시의 속살 더듬다가/···/세상의 짐 내려놓고 영천군 임고면 고향땅으로 돌아가···/야트막한 산비탈 풀숲에 몸 눕히고 사는 눈 밝고 입 바른 사람···"이라며 울먹였다.
의성단밀중학교 김선굉 교장은 "나이는 어리면서 먼저 가 너무 안타깝다"면서 "세상의 어떤 일도 정해진 시간에 따라 일어나게 돼 있다"고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안타까워했다. 이 밖에도 윤은경 이옥진 시인 등이 고인과의 생전 활동을 되새기는 추모의 글을 낭독했다.
이날 추모 밤 행사에 앞서 장옥관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자작시 '달의 뒤편'을 사례로 '시 창작방법의 이론화를 위한 시론(試論)'이라는 강의를 했다.
정인열기자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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