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생각] 자신감

필자가 어린시절에는 자전거를 가진 아이들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자전거 한대 없는 아이가 거의 없다. 우리 아이에게도 자전거가 있다. 얼마 전까지 아이의 자전거는 '나도 가지고 있다'는 전시용일 뿐이었다.

아이는 운동 신경이 둔한 편인데다 12월생이라 그런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늦되었다. 세발자전거를 타는 시기도 또래보다 늦었고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그런 만큼 아이는 자전거를 즐겨 타지도 않았다. 그런 까닭에 7세가 되어서야 보조바퀴가 달린 두발자전거를 사 주었다.

체격까지 작은 편인 아이는 자전거를 힘겨워했고 또래들이 재밌게 타는 모습을 보아도 별로 부러워하지도 잘 타 보겠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아이의 자전거는 집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였고 자전거를 볼 때마다 '비싸게 주고 산 자전거를 저렇게 세워둬야만 하다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억지로 자전거를 타라고 강요할 수도 없었다. 벌써 또래들은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두발자전거로 타는데 아직도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아이에게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여전히 힘겨워하는 자전거 보조바퀴를 떼내 무리하게 연습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은 운동신경이 둔한 아이가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하며 연습을 하는 동안 생각처럼 안 되는 아이에게 못한다고 화를 내게 될까봐 조금은 겁이 나서 계속 미루고 싶었다.

1학년에 들어가면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1년이 지난 요즘은 몸놀림이 제법 달려졌고 어느 날인가 '이제는 아이가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필자는 아파트 뒤편에서 조금은 남들 모르게 늦은 연습을 시작했다.

솔직히 연습을 시작하면서도 아이가 쉽게 잘 탈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달쯤 걸리지 않을까' 느긋하게 생각했다. 필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아이는 불과 3일 동안 하루 10분 정도 연습한 끝에 혼자서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그 성취감에 아이는 너무나 기뻐했다. 나 또한 아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랐다.

그때 아이는 자전거를 통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별것 아닌 작은 일에서 아이는 평생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자신감'을 배운 것이다.

자신감은 아이가 앞으로 성취해야 할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소중한 보물임에 틀림없다. 지능지수(IQ)나 교육, 경험보다 오히려 본질적으로 아이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요술방망이'라고나 할까. 사소한 작은 일에서 아이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엄마이고 싶다.

천연정(동변초교 2년 정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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