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축구의 외국인 감독들이 국내 리그의 심판 자질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는 가운데 지역에 연고를 둔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가 이에 대해 미묘한 입장 차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FC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알툴 베르날데스 감독은 4일 K-리그 경기가 끝난 뒤 입을 맞춘 듯 "심판 판정이 K-리그를 망치고 있다"며 국내 심판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외국인 감독들은 후반기 순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심판들이 내리는 석연치 않은 판정에 따라 경기 흐름이 뒤바뀔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계 관계자들과 축구팬들은 국내 리그 심판들이 유럽 빅 리그 심판들에 비해 파울 판정을 자주 내리면서 경기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포항 스틸러스의 한 관계자는 "AFC 경기에서는 경고가 거의 안 나오고 심판들이 유연하게 경기를 끌고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감독들이 지적하는 심판 판정 문제에 대해 국내 구단들은 처한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른 듯 하다. 변병주 감독이 이끄는 대구는 문화적 차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심판 판정 문제는 늘 제기됐고, 외국인 감독들은 문화적 차이에 따른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감독들이 국내 리그보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활동하는 심판들을 지켜봐 온 탓에 국내 심판들의 판정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
구단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감독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심판 판정은 주관적인 판단에 받아들이는 생각이 다르고,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달리 생각한다. 판정 시비에 대해 대한프로축구연맹이 나서서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도중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심판과 감독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오심으로 판단되면 사후라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후반기 상승세를 타면서 4관왕 후보까지 거론되는 포항이 남은 경기에서 자칫 심판 판정에 따라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포항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심판의 판정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것이 구단의 명확한 방침"이라며 "그러나 순식간에 발생하는 판정 논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판 판정 문제에도 각 구단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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