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융힙기술, 미래를 여는 새로운 도전

한국이 강한 IT·차·조선·건설 산업간 융합통해 경쟁력 제고

10여년 전, IMF로 대변되던 그 시절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고, 실직으로 인한 여러 사회문제들까지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 충격으로 인한 혼란과 두려움은 너무나도 컸다. 당시 IMF체제 극복을 위해 우리가 찾은 키워드가 정보통신기술로 대변되는 벤처기업이었다. 벤처기업은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고용창출은 물론 장기적인 기업안정성 등에 문제점을 드러냈고 특히 일부 경영자의 한탕주의식 욕망에 벤처의 거품은 하나 둘씩 꺼져갔다.

관심은 다시 제조업으로 돌아왔지만 제조업은 국민들의 1인당 GDP가 증가하면 경쟁력을 잃는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병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쟁력의 근간은 굴뚝산업으로 대변되는 전통제조업에 바탕을 두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금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선분야도 현대중공업을 위시한 대형 조선사들이 세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서도 우리 수출의 버팀목은 철강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인 것이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제조업은 여전히 기술력이나 생산성이 경쟁국들에 뒤처진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유지를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의 당면과제다.

필자는 그 해결책으로 산업 간의 融合(융합:Convergence )을 제시한다. 과거와는 달리 전통 제조업은 단순히 생산성이나 기술적인 우위만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하던 시기는 지났다.

또한 예전에 없었던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에너지 자원고갈, 안전 등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했고 이들 문제의 극복이 우리 산업에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비록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산업계 곳곳에서도 융합과 관련된 다양한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일례로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IT기업인 MS와 손잡고 내년이면 연간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전세계 IT차량 선점을 위한 활동에 들어갔고, 한국섬유연합회는 전자섬유에 기반을 둔 입는 전자도우미와 디지털絲(사)를 기반에 둔 휴대하는 전자비서인 SoT(System-on-Textile)컴퓨터 등의 개발을 위한 섬유IT융합지원센터의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포스코는 복잡한 모양의 자동차 부품 제조 시 강판을 튜브 형태로 만든 뒤 내부에 강한 압력으로 물을 분사해 형상을 만드는 최신 공법인 '하이드로 포밍' 기술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원가는 약 15%, 무게는 25% 정도 절감할 수 있는 이 첨단기술은 통상 2년 이상 소요되는 신차개발활동에 디자인 단계부터 철강사가 자동차 제조사와 함께 참여해 철강 가공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EVI'( Early Vendor Involvement:고객맞춤활동) 활동의 산물이다.

이러한 활동은 IT산업과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통 산업 간의 융합활동을 통해 미래를 여는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현 정부의 '뉴 IT산업전략'과 맞물려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산업계의 하드웨어적인 융합 기술개발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인 토대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즉 異種(이종)산업 간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수요창출 기반마련, 기업의 체질변화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융합활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성과 유연성, 종합성을 보유한 인력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융합은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1+1=2가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는 창의성을 가진 인재육성, 그리고 정부의 정책이 산업계에 융합되어 녹아들 때 보다 나은 우리들의 미래는 자연스레 담보될 것이다.

권오준(포항산업과학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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