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잔반 재사용' 단속, 발뺌 일쑤 … 실효성 의문

대구 중구청 위생과 공무원과 소비자 식품위생 감시원 등
대구 중구청 위생과 공무원과 소비자 식품위생 감시원 등 '잔반 단속반'이 7일 오후 동인동의 한 음식점을 예고없이 방문해 주방 한쪽에 놓인 반찬을 확인하며 잔반 재사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잔반 재사용을 금지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4일 발효됐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현장 증거 없이는 단속이 어려운데다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는 우리 음식 문화가 달라지지 않는 한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개정안에 따르면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재사용해 조리한 사실이 적발되면 적발 횟수에 따라 영업정지 15일(1회), 2개월(2회), 3개월(3회)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7일 오후 1시 10분쯤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음식점. 빗줄기를 뚫고 중구청 위생과 공무원 3명과 소비자 식품위생 감시원 2명으로 구성된 '잔반 단속반'이 곧바로 주방으로 들어섰다. "잔반 단속 나왔습니다." 단속반원들은 식기세척대 위에 수북이 쌓인 그릇을 일일이 확인하며 잔반 재사용 여부를 점검했다. 느닷없는 단속에 주방일을 하던 종업원들은 벗어 놓은 위생모자를 다시 쓰는 등 당황한 모습이었다.

5명씩 2개조로 이뤄진 잔반 단속반은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동인동 일대 20개 업소의 주방을 누볐다. 음식점들은 잔반통을 따로 준비하는 등 시행규칙을 잘 따르고 있었다. 잔반을 다시 손님의 식탁에 내 놓는 음식점은 단 한 곳도 적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속반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소비자식품위생 감시원 오인태(36)씨는 "단속에 적발되지 않았다고 해서 잔반을 재활용하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다"며 "내부고발이나 민원 등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업주가 발뺌하면 단속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말했다.

법 시행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업주들도 많았다. 한 업주는 "반찬을 남기지 않기 위해 적게 주면 손님들이 싫어한다"며 "푸짐해야 한다는 한국인들의 식생활이 변화지 않고선 업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9년째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57·여)씨는 "단속 때문에 손님들이 곱잖은 시선으로 쳐다봐 매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불평했다. 또 다른 업주는 "아까운 음식을 왜 버리느냐? 잔반을 식구들이 먹는다"며 언성을 높였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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