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 건강 비결]청정 서화연구원장 송낙준씨

날마다 붓 잡으며 마음 다잡아

청정 서화연구원 송낙준(70'대구 수성구 범어2동) 원장은 벌써 10년 가까이 '검은 밥'을 먹는다. 쌀과 보리, 검정콩, 흑미까지 섞은 밥은 찰기가 적어 처음 접하는 사람은 먹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송 원장은 밥 덕분에 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다. 검은 잡곡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색소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지방의 흡수를 억제하며 항산화 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혈당이 높았어요.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구나 싶어 아차 싶었죠. 그때부터 쌀밥은 멀리하고 잡곡밥만 먹고 있어요."

육식을 즐겼던 그이지만 그때부터 육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검은 색의 잡곡밥 덕분에 약 없이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물론 뱃살도 쏙 들어갔다.

송 원장은 한밤중에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 소주 안주삼아 먹어대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2차, 3차 옮겨 다니며 술과 고기를 먹었던 젊은 시절에 몸이 다 망가졌던 게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이미 깨달았을 때는 늦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죠."

해방과 6'25전쟁 등을 거치며 보릿고개를 직접 경험했던 송 원장으로서는 요즘 식생활을 보면서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30, 40년 전 먹을 것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먹던 나물죽이 지금의 웰빙식이잖아요. 그때처럼 일하고 먹어도 성인병은 걸리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의 노모 역시 백수(白壽)를 앞둔 99세이지만 아직도 정정하시다. 건강 체질은 유전인자의 원인도 크겠지만 어머니가 물려준 식성 덕분에 그의 건강한 노년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에 그의 노력도 더해진다. 송 원장은 가까운 거리는 무조건 걸어 다닌다. 자전거 타기도 즐긴다. 운전면허증은 있지만 30년째 사용하지 않는 일명 '장롱 면허증'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윗몸 일으키기부터 해요. 40개쯤 하고난 후 덤벨 운동을 하죠. 이 나이가 되면 더 이상 근육이 나오진 않지만 의사가 적당한 근육운동은 필요하다고 하네요."

특별한 병치레 없이 건강한 송 원장에겐 무엇보다 큰 위력을 가진 건강 비결이 있다. 그것은 '긍정적인 마음'.

그는 40여년간 서예에 빠져 살면서 늘 마음을 다잡는 일이 일상이 됐다.

"붓을 드는 순간 잡념이 사라집니다. 한 점, 한 획을 긋더라도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는 겁니다. 서법대로 올바른 자세로 서예를 하면 단전호흡까지 됩니다."

이뿐만 아니다. 다도 생활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영남차회 11대 회장을 역임한 그의 손에서 찻잔이 떠나질 않는다. 2006년에는 현대시 등단도 했다. 그는 서예'서화'문인화'한시'시조'현대시까지 두루 섭렵하며 노년을 즐기고 있다.

그는 최근 자작시 '비 엠 더블유(BMW)'에서 '모두들 우리를 실버라 부르지만 / 나는 지금 잘 익은 사과를 먹으며 / 7부 능선에서 / 정상을 오르는 중'이라고 노년을 표현했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그대로 녹아있다.

서예나 사군자를 개인지도하며 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그에게 부인 남영자(68)씨는 든든한 '내조의 여왕'이다.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은 아내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미안하다고, 꼭 좀 써주세요." 송 원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의 건강을 말해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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