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낮 주택가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범인을 코 앞에서 놓쳤다.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유유히 달아난 범인은 전라도 남원까지 달아나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인의 도주를 쳐다보고도 놓칠 정도로 허술한 대응을 보였고, 범인이 대구를 벗어나 전라도까지 갈 동안 도주로 차단 등 수사공조 체계를 갖추지 못해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보면서도 못잡아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전 11시35분쯤 대구 달서구 두류동의 한 3층 빌라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범인 K(37)씨가 뒷 창문을 열고 달아났다. K씨는 옆집 단독주택 옥상으로 뛰어내린 뒤 대문 앞에 열쇠가 꽂힌 채 주차돼 있던 가스배달용 1t 트럭을 타고 도주했다. 경찰에 따르면 K씨는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자신의 동거녀 H(38)씨의 집을 찾았다가 동거녀와 함께 있는 L(28)씨를 보고는 격분해 L씨를 폭행한 뒤 흉기로 위협하며 인질로 잡고 6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했었다.
K씨는 경찰에게 "동거녀인 H씨를 데려오라", "탈출할 수 있는 차량을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들어주지 않자 대치 6시간 만에 경찰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 경찰은 뒤늦게 전기총을 쏘며 방으로 진입했지만 이미 K씨는 달아난 후였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창 밖으로 뛰어내릴 경우에 대비해 건물 뒤편 골목길에 에어매트 2개를 설치해 두고 경찰 3명을 배치했으나 옆집 지붕으로 뛰어내릴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허탈해했다.
◆추격도 실패, 결국 숨진 채 발견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사건 현장에 50여명의 형사와 7명의 경찰특공대가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 주민은 "'가스차!'라고 주위에서 소리쳤고, 몇 명의 경찰이 트럭 뒤를 쫓았지만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며 "옥상과 골목길 곳곳에 수십명의 경찰을 배치하고도 범인 한 명을 붙잡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경찰은 "거실에서 안방에 있던 범인과 대치 중이었지만 흉기를 겨누고 있어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피해자 L씨의 피를 닦아주는 척 하다 갑자기 자해를 하는 제스처를 취해 경찰이 움찔한 사이 창문으로 뛰어내려 대응이 늦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범인은 전라도 남원의 한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이 2시간만에 대구를 벗어나 전라도 남원까지 달아났지만 경찰의 검문검색은 소용이 없었던 것. 경찰은 "범인의 휴대전화 발신지 추적을 통해 12시 47분 고령에서 위치 확인이 됐고, 약 50분 후인 전라도 남원에서 또 K씨의 위치가 확인됐다"며 "범인은 88고속도로 광주행 고서기점 52.9km(전라북도 남원시 이백면)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야산으로 달아났으며, 20분 후인 오후 3시20분쯤 500m가량 떨어진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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