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심히 살펴야 할 어린이 질환](9) 소아강박장애'우울증

갑자기 산만해지고 등교 거부한다면 "혹시?"

초교 5학년인 영태(가명)는 올 초 반장으로 뽑히면서 걱정이 늘었다. 선생님이 반 학생들에게 전달하라고 한 내용을 똑바로 알렸는지 여러 번 생각하는 것은 물론 밤에도 그 생각으로 잠을 설치는 것. 또 책을 볼 때도 한 줄 읽고 나서 방금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결국 한 페이지도 못 읽고 속상해 울며 책을 집어던지곤 한다. 책가방을 챙길 땐 준비물을 몇 번씩 반복해서 확인해야 하고, 신발에 더러운 것이 묻은 것 같아 신발을 터는 일도 잦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 의욕을 잃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행동까지 보이게 됐다.

강박장애'우울증은 성인만 앓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적잖게 나타난다. 그러나 '애들이 무슨…'하며 의심조차도 하지 않고 방치하기 일쑤고 오히려 야단을 쳐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도 일반적인 강박장애'우울증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산만하거나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여러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면 아동기 우울증'강박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소아 강박장애와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소아 강박장애

강박장애는 어떤 특정 생각이나 행동을 계속 반복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일으키는 불안 장애 중 하나다.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뇌의 딸꾹질'이라고도 한다.

▷왜 생기나=소아 강박장애는 먼저 행동 조절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조절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 부모의 지나치게 엄격한 통제나 규율로 인해 형성된 '초자아의 비대'에 따른 죄책감도 원인이 된다는 게 정신분석학적 해석이다. 10, 11세 아동의 0.3% 정도가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주로 남자는 9세, 여자는 11세쯤에 발병한다.

▷어떤 증상을 보이나=강박장애의 증상은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지나친 청결 행동이다. 병균에 오염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반복적인 손 씻기 및 목욕하기, 옷 갈아입기, 대소변 접촉 피하기 등 회피 행동을 보인다.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기도 하는데 숫자 세기, 쓸데없는 물건 모으기, 정리정돈하기, 계단 오르내리기, 책 읽을 때 같은 문구를 반복해서 읽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또 문이 닫혔는지 반복해서 확인하거나 다 해놓은 숙제나 준비물을 다시 확인하는 등 여러 가지 확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비논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반복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으로 걱정하는 증상도 있는데, 행'불행을 숫자와 연관시키거나 뾰족한 것을 보면 다른 사람을 찌를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경우다.

▷치료할 수 있나=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강박 증상은 상담을 통한 불안 감소'긴장 이완 요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증세가 심한 만성적인 경우엔 정신과적 면담과 함께 약물 치료, 행동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문제는 강박장애를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제때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통 아이들의 경우 강박 증상에 대해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의 증상을 숨기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지능검사나 신경인지기능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거나 학업 및 일상생활에서 집중력이나 학습능력이 떨어질 때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아동기 우울증

▷왜 생기나=크게 유전적, 가족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의 경우 부모가 모두 우울증일 때 아이가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4배나 높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아이를 화풀이 대상으로 여기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할 때 우울 증상을 보이는 가족적인 요인도 아동기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다. 부모의 과잉 통제나 간섭, 부모의 부적절한 행동, 조실 부모 등도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또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부모의 싸움이나 이혼'별거 등 가정 환경의 변화, 외모 및 자존심, 또래 간 집단 따돌림'압력, 학업 성적, 학교에서의 무능감'모멸감을 느끼는 상황 등이 대표적인 스트레스 요인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2% 정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어떤 증상을 보이나=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슬픈 모습, 신체 증상 호소, 초조감, 분리불안, 공포감, 우울감, 집중력 저하, 불면, 야뇨증, 공포증 등이 있다. 또 도벽이나 반항적 행동 등 행동 문제, 친구나 동물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는 공격적인 행동, 짜증 등으로 위장돼 나타나는 가면성 우울증도 흔하다. 이 때문에 적대적 반항 장애나 품행 장애와 잘 구분해야 한다. 아동기 우울증의 경우 경고 징후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신경질이나 짜증을 잘 내거나 잘 울고, 죽음'자살에 대해 이야기하고 일상적인 활동에 관심이 없어지는 등의 행동을 한다. 또 성적이 떨어지거나 혼자 방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기도 한다.

▷치료할 수 있나=입원 치료, 정신사회적 치료, 약물 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자주 대화하고 토론하며 우울증을 앓기 전에 가졌던 관심 분야를 자극하는 정신사회적 치료법이 사용된다. 정신사회적 치료에는 정신치료와 놀이치료,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중심 정신치료, 가족치료 등이 있다. 정신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만성적이거나 재발성일 경우엔 항우울제 사용 등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자살 시도나 약물 남용 등 학교 적응에 심각한 장해가 있는 경우엔 입원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성미 마음과마음 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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