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실 사학 재단 청산 길 좀 더 틔워주는 게

교육과학기술부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영이 어려운 사립대가 법인 해산 때 남은 재산을 출연금으로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거나 이들 법인에 귀속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법인 해산 때 남은 재산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하도록 해 설립자나 학교 재단이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한 현행법을 바꾸는 것이다. 이사진 3분의 2 이상 동의와 장관 인가가 있어야 가능했던 대학 해산 규정을 장관 승인으로 간소화했다.

교과부는 이미 사립대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올해 말까지 전국 293곳 중 부실 사립대 30곳을 정해 퇴출이나 통폐합을 유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립대의 부실 현장은 아주 심각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하면서 80여 개의 사립대가 생겼다. 그 결과 신입생이 정원의 50%도 되지 않는 과가 수두룩하고, 교수 수와 한 학년 학생 수가 비슷한 과도 있을 정도다. 학생이 없어 폐과한 경우 오갈 데 없는 전공교수가 교양 과정을 강의하는 대학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부실 사립대의 구조조정이 한시가 급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교과부가 이번에 사립대 청산에 융통성을 부여하기로 한 것도 구조조정의 시급함을 깨달은 것이다. 다만, 설립자 등이 투자 금액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좀 더 완화할 필요도 있다.

참여정부 때도 투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사학청산법을 추진했지만 부실 경영에 면죄부를 준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그러나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살아남기 힘들고, 존재 가치도 떨어진다. 무엇보다 부실 사학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다.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사립대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해 잠재적으로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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