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 판단법

한국은행이 지난 주말에 하반기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대부분 '하반기 성장률 플러스 전환', '한국 마이너스 성장 끝났다' 등 환호 일색이다. 제목 기사들만 보면 한국 경제가 이제 경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구나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아쉽게도 한국 경제가 완전히 살아나기 위해서는 아직은 갈 길이 먼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경기 회복 양상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과 금융 안정책에 힘입은 바가 큰 까닭이다. 게다가 하반기 대내외 여건은 여전히 불안하고 불확실하며 경기 회복력 역시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국내 경기가 앞으로 활기를 되찾느냐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다섯 측면에서 성과가 나타나는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는 경기 흐름 측면에서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이 正(정'+)의 성장을 실현하느냐를 주목해야 한다. 플러스 성장률이 등락하는 정상적인 경기 순환 주기에서는 성장세가 꺾였다 다시 올라가면 이를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제 규모가 줄어든 경제 위기 상황에선 경기 회복 판단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기준선 밑 지하로 내려간 경기가 단순히 하강이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만 보고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여기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 될 수 있다.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경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이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률을 이어가야 비로소 진정한 경기 회복이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국내 경기는 단지 전기 대비 성장률이 負(부'-)에서 정(+)으로 돌아서 지표상 경기 침체 양상이 일단 멈춘 상태로 파악된다.

둘째는 구조적 측면에서 소득 양극화 현상의 해소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국내 경제의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소득 분포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주는 지니계수를 볼 때 현재 이 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에 달해 있다. 소득 양극화는 경기 양극화에 의한 것으로 체감 경기의 시차 현상을 초래한다. 다시 말해 수출과 대기업 중심의 아랫목만 데워져서는 안 되고 내수와 중소기업 중심의 윗목까지 경기 회복 기운이 퍼져야 비로소 온전한 경기 회복이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대외거래 측면에서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구조의 개선 정도를 살펴보아야 한다. 올해 들어서 국내 경상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흑자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 정상적으로 수입이 느는 가운데 수출이 그 이상으로 증가하여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는 것이 아니다. 내수의 극심한 침체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어들어 수지상으로 흑자가 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불황기의 전형적인 축소형 경상수지 흑자인 셈이다.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는 일시적으로는 외환 시장 안정 등에 도움이 되지만, 결국은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이 심화되는 문제점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잘못을 범하게 한다. 하반기 이후에 내수 회복으로 수입이 늘면서 수출도 증가하여 확장형 경상수지 흑자 구조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결코 국내 경기가 본격 회복된다고 할 수 없다.

넷째는 자산 시장 측면에서 국지적 자산 시장 과열 양상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전국적으로 볼 때 아직도 얼어붙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이다. 시중에 대거 풀린 유동성 자금이 경기 회복 기대감과 맞물려 특정 지역 자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역의 자산 시장 버블화는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여 체감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앞으로 주택 시장이 안정적으로 활기를 찾아가는지 아니면 부분적 과열 현상으로 인해 경기 흐름 전체에 부담을 줄 것인지를 바라보는 것도, 하반기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주요한 관전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출구 전략을 시도하는 시기를 지켜보는 것이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했던 경기 활성 정책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출구 전략을 실시하는 시점은 정부가 국내 경제 회복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때다. 금리를 인상하고 재정 지출을 줄이는 출구 전략의 추진 시점이 바로 본격적 경기 회복기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아직 이를 실시할 때가 아님을 강조한다. 내년 상반기나 되어야 정부의 출구 전략은 빛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규(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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