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4일은 초복입니다. 나이 지긋한 독자 여러분, 모두 삼계탕을 맛보고 수박 한통씩 정도는 냉장고에 채워놓으셨나요? 이 과정에서 자녀들이 역할을 했나요? 아니면 여러분들의 지갑을 털어내셨나요? 자녀들도 오지 않고, 여러분들의 지갑도 텅 비어 있어 보양식 한 그릇 입에 대지 못한 채 초복을 쓸쓸하게 보내지는 않으셨는지요?
초복날, 노후 준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이번 주는 유통업을 하는 최주환(가명'52)씨 이야기인데요. 그는 사업상 알게 된 선배들을 볼 때마다 불안감이 커집니다. 준비해 둔 노후자금은 없고, 자식들도 사는 것이 빠듯해 힘겨운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최씨의 노후는 아름다워질까요? 즐거운 노년을 위한 준비를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삼성증권과 함께 알아봤습니다.
◆노후 대비로 원룸 투자를 고민
최씨는 노후 대비로 원룸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의 금융위기 여파로 돈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 걱정이 커지는 실정. 부동산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최씨는 구미 1공단에 인접한 6억원짜리 원룸을 추천받아 고민 중이다. 금오공대 학생과 공단 근로자 임대수요가 풍부해 공실 염려도 적다는 설명이다. 임대 수익은 보증금 2억원에 매월 350만원의 수입이 예상되고, 자기자금 3억원을 감안하면 1억원만 대출받을 경우 해결된다. 매월 50만원(대출금리 6% 가정)의 대출이자를 제하고 나면 순수익은 월 300만원에 이른다.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연 12% 정도다.
정기예금의 금리가 3%인 점을 감안하면 건물관리비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고수익 투자처인 셈이다. 최씨의 부인은 신중한 입장이지만, 최씨는 임대 수익만으로 생활비 걱정은 없다는 생각에 서두르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부터 경기침체로 인해 수입은 줄고 일은 힘들어 원룸 투자로 생활비가 해결되면 은퇴할 생각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계획을 미뤘으면 한다.
◆부동산에 올인 바람직하지 않아
최씨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평생 생활비 걱정 없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미리 따져봐야 한다. 우선 53세인 최씨가 지금 은퇴하고 전 재산인 원룸에 생활비를 의존하기에는 남은 여생이 너무 길다.
평균 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최씨가 지금 은퇴를 하면 적어도 25년 내지 30년의 노후생활을 보내게 되는 셈이다. 이 긴 기간 동안 원룸이 공실 없이 임대가 계속 잘되리란 보장을 어떻게 하겠는가?
특히 전 재산을, 그것도 대출을 끼고 부동산에 올인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금융자산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부동산만 있을 경우, 유동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욱이 최씨의 원룸 투자 시 총투자금액 6억원 중 보증금 2억원, 대출금 1억원은 타인자본이다.
금융자산이 없는 상태에서 공실이 생겨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경우도 문제이거니와 매월 임대 수익이 줄어 대출이자를 제하고 나면 생활비 충당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빚을 내서 원룸에 투자하는 것은 올바른 투자로 보기 어렵다. 자산을 더 모아 나중에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직업이 최고의 재테크, 10년은 더 일해야
최씨가 최근 원룸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로 소득이 예전만 못하고, 일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의 재테크는 직업을 갖는 것이다.
개인에게 가장 안정적인 수입원은 바로 월급 또는 사업소득이다. 최씨는 소득이 줄어들었다지만 매월 350만원 정도를 번다. 앞으로 10년 동안만 더 일을 한다면 4억원이나 더 버는 셈이다. 은퇴 후 노후생활이 10년 정도 줄면, 노후준비도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특히 유통업 특성상 최씨는 정년도 없고, 다소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10년은 거뜬히 일을 할 수가 있다. 대학교 4학년인 막내 딸이 졸업을 하면 매달 100만원 정도는 저축을 할 수가 있게 된다. 따라서 금융자산을 더 모은 뒤 원룸이나 상가 등 부동산 투자를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앞으로도 꾸준히 주변의 원룸이나 상가에 관심을 가져 나중에 실제 투자를 하게 될 때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10년 후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만약 최씨가 원룸 투자 계획을 미루고 앞으로 10년 동안 일을 더 한다면 10년 후에는 재산을 얼마나 더 모을 수 있을까. 최씨의 자산관리의 성패는 목돈 3억원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달려있다.
정기예금으로만 굴린다면 10년 후에는 5억원(정기예금 금리 5% 가정) 정도 된다. 세금을 제하고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자산을 불렸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제부터 다소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를 권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60대도 주식형펀드 투자에 적극적이다. 은퇴기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최씨도 이제부터 3억원 중 1억5천만원은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 10년 후에는 6억7천만원(정기예금 5%, 후순위채권 6%, 주식형펀드 10% 가정) 정도를 모을 수 있다. 여기에 매월 적립식펀드에 50만원, 변액연금보험에 50만원을 투자한다면 10년 후에는 2억원(수익률 10% 가정) 정도를 모을 수 있어 합치면 모두 8억7천만원을 모은다.
이 돈을 나중에 일부는 부동산에, 일부는 금융자산으로 굴리면 훨씬 안정적인 노후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경우 위험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최씨의 나이로 보아 지금 종신보험을 가입하기에는 보험료가 부담이 되므로 굳이 가입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본다. 건강보험은 실손의료보험 등 나름대로 준비가 잘되어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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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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