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복희 네 번째 개인전

캔버스에 열린 '닫힌 문'

인간은 상반된 심리를 지니고 있다. 닫힌 문(門)을 보면 그 안이 궁금해서 열고 싶어지고, 열린 문은 무의식적으로 닫으려고 한다. 그리고 문을 지탱하는 단단한 벽이 있다. 막혀 있는 벽이 있음은 어딘가에 그 벽을 뚫을 수 있는 문이 있다는 의미다. '벽이 없는 문'과 '문이 없는 벽'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막힘과 열림은 이렇듯 서로에게 상반되지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대상이다.

여류 서양화가 방복희는 이런 벽과 문이라는 소재로 문(門), 간(間), 개(開), 폐(閉)라는 상징적, 정서적, 심리적 내면을 그림 속에서 풀어내고 있다. 막힘과 뚫림, 가득함과 모자람, 채움과 비움 등의 요소들을 캔버스를 통해 풀어내는 방복희의 네 번째 개인전이 15~20일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작가에게 문과 벽은 유년의 무의식을 일깨워주는 열려있는 정신적, 창조적 의식 공간이며 의식(외부)과 무의식(내부)의 경계를 이어주는 접합점이기도 하다. 아울러 외부와의 소통과 단절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계명대 미술대학 김임수 교수는 "방복희의 문은 거의 대부분 굳게 닫혀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메마르고 척박한 도시 공간 속에 쌓여있었던 시간의 의미와 그토록 오랜 단절로부터의 간절한 소통의 바람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단색조의 바탕 위에 롤러로 거듭 색을 입혀 실제 벽면과 문처럼 사실적 표현 효과를 가미했으며, 콜라주 기법으로 붙인 해묵은 광고지나 벽보는 더욱 극사실적인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작가는 의도된 구도에 따라 동양적 아름다움의 핵심인 비움의 여백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053)420-8015.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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