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전용지구 사업으로 중앙로변 상가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쇠락의 길을 걷던 중앙로 서편 상권도 들썩이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로와 동성로를 잇는 골목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중앙로 일대 상권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히 중앙로에 일반차량 진입이 막히면서 기능을 잃은 건물 부설 주차장이 용도변경을 통해 문화공간 등으로 변신할 예정이어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이 도심을 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앙로 서편 상권 활기 찾나
13일 낮 12시 50분쯤 대구 중구 향촌동에서는 군데군데 녹이 슬고 페인트칠이 벗겨져 나간 건물 사이로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를 지켜보던 김재희(55·여)씨는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에 맞춰 낡은 건물을 새롭게 꾸미고 자연식, 생식, 발효식 등을 취급하는 식당을 차릴 예정"이라며 "중앙로가 걷기 좋은 거리로 바뀌면 동성로쪽을 맴돌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길을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자(32·여)씨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향촌동과 경상감영 공원 일대를 돌며 발품을 팔았다. 5년간 갈고 닦은 미용기술을 처음으로 펼쳐볼 장소로 향촌동을 낙점했기 때문. 이씨는 "향촌동 일대가 조만간 살아날 것 같은데 아직 점포세도 싸고 미래 투자가치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향촌동에서 50년간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박순남(71·여)씨는 "20년 전만 해도 향촌동 거리에는 경찰이 하루에 수차례 순찰을 돌 정도로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금은 행인이 뚝 끊겼지만 상인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사람들이 다시 몰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고 말했다.
◆동성로와 융합해 도심재창조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동성로와 중앙로 간 이면도로가 대대적으로 정비되면서 두 상권의 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사이 중앙로에 젊은층 대상의 옷가게 등이 여럿 문을 열어 두 상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
중구청은 지난 2월부터 동성로와 중앙로를 연결하는 이면도로 16곳에 점토블록·아스콘 포장, 하수도 정비 등의 사업을 벌여 걷기 좋은 골목으로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구청 건설방재과 김성수 담당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사업에 맞춰 올해 11월 동성로와 중앙로에 퍼져 있는 뒷길까지 걷기 좋은 골목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입로가 막혀 주차장 기능을 할 수 없는 건물 부설 주차장과 사설 유료주차장도 중앙로 상권 활성화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주차장법상 진입로가 막힌 건물 부설 주차장에 대해선 용도 변경을 하도록 돼 있어 주차장이 공연장, 여가 공간 등으로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는 것. 중앙로 양편의 건물 부설 주차장과 사설유료주차장은 모두 7곳. 371개 주차면에 면적은 4천637㎡에 달한다.
13일 오후 2시쯤 찾은 중앙로 국민은행 주차장은 현금 수송 차량과 업무용 차량 1대만이 드넓은 지하 1층 주차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을 뿐 텅 비어 있었다. 은행 관계자는 "본사에서 아직 별도의 지시가 없었지만 곧 주차장 용도를 폐지하고 다른 시설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초엔 중앙로 수정빌딩이 부설 주차장 폐업신고를 한 뒤 주차장을 소극장으로 꾸미는 방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 건축과 박병국 담당은 "기존 건물은 물론 중앙로에 새로 짓는 신축건물에도 주차장 설치 부담을 없애주기 때문에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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