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문화 창작 교류센터' 건립 사업이 건립 예정 부지가 도심보다는 외곽지 쪽으로 기울며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류 센터 연구 용역 결과에는 기본적인 수요 조사나 활용 전략이 빠져 있어 '밀어붙이기식 사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 창작 교류센터는 뮤지컬, 오페라, 연극 등의 제작에 필요한 연습실을 전국의 공연제작사에 대여해주는 창작 스튜디오다. 1만2천900㎡(3천900여평) 부지에 대형 연습장(480㎡) 2개 등 총 14개 연습장과 도서관, 박물관을 갖추고 2013년 개관 목표다. 국·시비 475억 원(시비 319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시는 현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와 중구 수창동 구 KT&G 연초제조창 등 두 곳으로 후보지를 좁혔지만, 이시아폴리스를 유력 후보지로 꼽으면서 수개월째 부적절하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땅값이 3분의 1 정도로 싸고 조용하며, 부지가 넓어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유. 반면 구 KT&G 경우 확보 가능한 부지가 9천500㎡(2천900여평)로 협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립미술관'이나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국립 대구과학관' 등 잘못된 부지 선정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주대 한상훈 부동산컨설팅과 교수는 "문화예술 시설은 대중 교통을 이용한 접근이 쉽고, 유동 인구가 많고, 쇼핑, 숙식 여건이 좋은 도심이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국내 뮤지컬계 한 전문가는 "관객 반응을 볼 수 있는 '트라이 아웃(시범) 공연'이 가능해야 하고, 배우들의 출·퇴근까지 고려하면 접근성이 좋은 도심이 더 적절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송세달 대구시의회 교육사회위원장은 "현재 KT&G부지로도 시가 계획한 시설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시아폴리스 후보지(동구 봉무동 695-2번지)는 K2 공군기지에서 4~5㎞가량 떨어져 있어 야외 소음도가 73.3웨클에 달한다. 지난해 법원이 전투기 소음 피해 배상 기준으로 정한 80웨클에 육박하는 수치다.
5월 발표된 150쪽짜리 교류 센터 연구 용역 보고서에는 필요성만 부각하고 있을 뿐, 외지 공연 제작팀 유치 가능성, 대관료 수준, 기대 대관율 등 수요 조사가 전혀 없다. 시도 "연구용역 예산이 2천500만원에 불과했다"며 부실함을 인정하고 있다.
뮤지컬 '삼총사'를 제작한 서울 엠 뮤지컬 컴퍼니 서지영 차장은 "대구창작센터가 건립되더라도 서울 제작사들이 대구에 올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유희성 단장은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 없이는 자칫 애물단지 '드라마 세트장'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문화 창작 교류센터가 서울 제작사들을 유치하려면 이동 비용, 체류 부담 등을 감안하고도 서울 문화재단 연습실, 남산창작센터(1일 15~16만원) 보다 나아야 유치가 가능하다. 원종원(뮤지컬 평론가) 순천향대 교수는 "막연히 있어야 한다가 아니라, 서울 등 타지 공연제작사를 유치하려면 어느 정도 이점을 줘야 하는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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