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다리는 어떠세요? 속은 괜찮으시고 진지는 잘 잡숫고 계시는지…? 저는 지금도 어머님이 일본사람을 어떻게 며느리로 받아들이셨는지 신기해요…. 제가 분만실에 들어갔을 때 단숨에 달려와 주셨잖아요. 그리고 정성껏 우리 모자를 돌봐주셨지요. 특히 열이 나서 땀으로 젖은 제 몸을 따뜻한 물 수건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잘 닦아 주신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길 빌고 또 빕니다."
우정사업본부가 주최한 2009년 '제10회 보은의 달 편지쓰기 대회'에서 일반부 대상(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차지한 이주여성 이노세 요시미(41·일본 이바라키현 출신·봉화읍 거주)씨가 '우리 오카상(어머니) 께'라는 제목으로 쓴 편지다.
2000년 9월 한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봉화읍에 사는 남편 이동수(46)씨와 인연을 맺은 이노세씨는 평소 이국 여성인 며느리를 친딸 이상으로 자상하고 살갑게 대해준 시어머니께 그동안 익혀온 한글로 고마움과 감사를 전했다.
이 편지는 전체 출품된 총 6만9천여통의 편지 가운데 1차 예비심사를 통과한 900편 중에서 최종 입상작으로 선정됐다.
모두 4장으로 된 이 편지는 '일본과 한국의 암울한 역사가 남편 가족들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시어머니는 일본 며느리를 한번도 원망하지 않고 반갑게 맞아 사랑으로 보살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담고 있다. 또 '할머니로서 손자들에게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비는' 며느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노세씨는 "처음 결혼한 후에는 한국 생활에 적응이 안 돼 일본에 자주 갔다 왔다"며 "지금은 아이도 두 명 생기고 생활이 몸에 익어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행복하게 산다"고 했다. 뜻밖의 수상소식에 이노세씨는 "정말 기쁘다. 상금은 몸이 아픈 남편의 병원비에 보태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7월 16일 서울 포스트타워(중앙우체국 건물)에서 열릴 예정이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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