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들고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마지막 페이지를 펴들 만큼 흡인력이 강한 이야기였다. 방대한 역사 지식과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방각본 살인사건' 등 역사 팩션을 선보였던 저자는 고종 독살 음모사건에 희대의 여자 사기꾼이자 조선 최초의 커피 바리스타인 '따냐'를 접목해 박진감 넘치는 개화기 유쾌 사기극을 탄생시켰다.
'노서아 가비'는 러시아 커피라는 뜻이다. 역관의 딸로 태어난 주인공 따냐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천자의 하사품을 훔쳐 달아나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즉사했다는 비보를 접한다. 그때부터 중국 대륙과 러시아로, 다시 조선으로 이어지는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극이 시작된다. 많은 남자를 품었지만 유일하게 사랑을 준 남자 이반.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이반의 정체와 아버지의 죽음 사이의 비밀. 김탁환은 마치 한 여인의 삶을 줄거리로 엮어 들려주듯이 속도감 넘치는 글솜씨로 펼쳐보였다. 러시아 자작나무 숲 사이로 말을 타고 달리는 따냐와 고종 황제 곁에서 아침 커피를 올리는 따냐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세상은 온통 속고 속이는 사람들투성이지만 커피의 맛은 속이지 않고 순결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254쪽, 1만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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