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는 17개 대학에서 섬유패션 관련 학과가 개설돼 연간 300명 이상의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대기업이나 서울 소재 기업들에 취업하기를 원하면서 대구경북 지역 섬유업체들은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유일의 섬유패션 특성화대학인 한국폴리텍섬유패션대학이 실무중심의 교육으로 실질 취업률이 높다. 이 대학의 2009년도 졸업생(166명) 가운데 군입대 등을 제외한 취업대상자 159명 중 134명이 대부분 관련업계에 취업(84.3%)을 했다. 이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사례를 통해 이 업계 취업의 지름길을 알아봤다.
# 늦깎이 만학도로 재취업 성공
김명순(42)씨는 초·중등생 2명의 자녀를 둔 엄마이자, 한 가장의 아내이며, 삼일염직(주) 부설연구소에 다니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그는 39세에 늦깎이 만학도로 한국폴리텍섬유패션대학에 입학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배우고 익혔기에 취업이 가능했다.
김씨는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후 대구염색공단 내 한 회사에 취업해 섬유 디자인 등의 업무를 맡아 일 했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들을 키우느라 5년 이상 공백이 이어졌다. 하지만 애들이 커가면서 그동안 가슴속에 내재했던 '배우고 싶다'는 미련을 버릴 수 없었고 배움에 대한 열망은 더 간절해졌다. 대학을 다니기에는 39세라는 나이가 적지 않았지만 앞으로 살 날이 더 많다는 것에 희망을 가지고 2007년 한국폴리텍섬유패션대학 패브릭 디자인과에 입학했다.
늦깎이 만학도는 누구보다 목표가 뚜렷했기에 열심히 공부하고 실습을 했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컬러 및 디자인 관련 업무를 했고,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남달라 열정을 불태웠다. 재학 2년 동안 조카나 막내 동생뻘 되는 젊은 학생들을 제치고 학업성적 1위로 장학생이 됐다. 적극적인 학교 생활로 프로젝트 실습 포트폴리오 경진대회에서 교내 은상을 차지했고, 방학기간 중 '단기 해외문화 체험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마침내 대구 굴지의 30년 전통 염색회사인 삼일염직 부설연구소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는 "사실 공부가 힘들었다. 매일 8, 9교시가 보통이고, 1주일에 4시간 이상 실습을 하는데 힘든 점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맞는지, 자신에게 가장 실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제직 및 염색 등 섬유와 관련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실습 과제물을 꼼꼼히 챙기고 각종 전시회를 자주 접하면서 안목을 기른 것이 취업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 음악도에서 변신
김정은(26)씨는 고교 때부터 트럼펫을 연주하는 음악도로, 음악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1학기를 마치고 자퇴를 했다. 그때 나이가 20세로 잘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악기 연주밖에 없었는데 허망했다. 2년여 동안 몸을 추스리면서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하자 가만히 집에서 쉴 수만은 없어 새로운 일을 찾아나섰다.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옷을 만드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훈련학원에 다니면서 틈틈이 뜨개질도 배웠다. 색다른 재미가 쏠쏠했다.
학원에서는 섬유패션 특성화대학인 한국폴리텍섬유패션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더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를 했다. 용기를 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24세의 나이에 이 대학 니트디자인과에 입학해 2년 뒤 경북 왜관공단 내 편직용 바늘제조 회사인 (주)삼성제침 회사에 취업을 했고, 만족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원단이나 편물에 들어가는 바늘을 제조하는 회사다. 섬유 소재에 따라 사용하는 바늘의 종류가 다르다. 대학 시절 배운 섬유소재의 특징과 원리를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2학년 1학기까지는 주 5일 중 하루, 2학년 2학기 때는 5일 중 2일을 기업과 교수, 학생이 공동으로 연계한 과제중심형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과 실습을 했는데 이것이 취업의 지름길이었다"고 했다. 재학 당시에는 다양한 전시회를 다녀 보고 많이 느끼는 점이 중요하다. 많은 실습과 과제들이 당시에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취업을 하고 난 후에 생각해 보니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씨는 "실무전문 교육프로그램 운용과 과제수행형 프로젝트 수업, 산학공동의 핵심기술 실무능력인증제에 직접 참여해 열심히 수행한 것이 취업은 물론 직장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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