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인물]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

집에는 반 고흐의 그림 3장, 피카소 1장, 르노와르 1장이 걸려 있었다. 뉴욕의 부유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1904~1967)는 남 부러울 것이 없었다. 공부는 늘 1등이었고 마술가(馬術家)에 와인과 시의 애호가였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영국, 독일에 유학한 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이론물리학 교수가 됐다.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교수였지만 연구성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41년 원자폭탄을 만드는 '맨해탄 계획'의 책임자로 뽑힌 이후다. 반대하는 과학자들을 설득, 뉴멕시코주 로스알라모스 연구소로 불러들였다. 빈손에서 시작한 탓에 그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원자폭탄 제조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1945년 오늘,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사상 처음으로 핵실험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힌두교 경전에 나오는 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되었구나!"

1950년대 미국의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하다 공산주의자로 몰렸으나 묵묵하게 이겨냈다.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참상을 보고 '세계의 파괴자'가 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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