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 in 여성]대구보건대 남성희 총장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니 스스로 자격 갖춰야죠

대구보건대 남성희(54) 총장. 그에게는 늘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한국 로타리 역사상 최초 여자 총재, (사)대구국제오페라축제 조직위원장, 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제2지방분권촉진실무위원회 위원장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올해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 회장 직함까지 더해졌다. 올해 2월부터 2년간 대구 여성단체의 수장을 맡게 된 것. 그것도 대구여협 사상 최연소 회장이다.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그는 어디서나 주목받고 있는 인물. 그의 행보에 여성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들의 차별 철폐와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펼 계획입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작으나마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다. 그는 이달 초 열린 여협 여성주간 행사에 초청공연을 없앴다. 대신 행사 슬로건에 맞는 연극'콩트'무용 등 장기자랑을 여협 회원들이 직접 무대에 올렸다. 또 각 여성단체별로 부스를 만들어 홍보하기도 했다. 쓰지 않는 물건들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처음 맞는 낯선 풍경이었지만 회원들의 반응은 좋았다.

그리고 여협 내 이름뿐인 회원단체들에 대한 정비도 할 계획이다. 수십년 간 한 사람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회원단체들에 대해선 "후배들을 키워 세대교체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쓴소리도 마다 않는다.

"사실 '여협=관변단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대구시와 함께 가되 여성의 삶을 바꿔 나갈 수 있는 정책도 제안할 겁니다.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탁상행정은 여성의 삶과는 여전히 무관하니까요."

그는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예로 출산장려책을 들었다. "돈 얼마 준다고 아이를 더 낳겠습니까? 아기 엄마가 아기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어린이집에 맡길 때 지원하는 보육비를 엄마에게 직접 주고, 일하는 여성이 출산 후 안전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을 것 같은' 그이지만 대구보건대 총장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하기 전 10년 이상 육아와 살림에 매진해왔다. 세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는 도시락을 직접 싸준 것은 물론 매일 아침밥을 차려줬다. 지금도 주말이면 밑반찬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요리에 관한 한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시도하기를 좋아해 똑같은 요리는 식탁에 잘 올리지 않는다.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요. 그리고 아침밥을 직접 준비하죠. 아침은 꼭 먹어야 해요. 잡곡밥과 된장국, 김치로 차린 아침밥상이 건강을 지키고 우리 전통을 이어주죠."

그는 스스로 '활자중독증'이라고 할 정도로 읽기를 즐긴다. 책을 일주일에 두 권쯤 읽고 주변에도 권한다. 전업주부 시절에도 공부와 사회봉사활동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결국 역량 개발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니까 자격을 갖춰두는 게 중요합니다. 여성들이 스스로 같은 여성들을 키워주고 북돋워줘야 여성의 세력화가 더 빨라지지 않겠습니까."

만난 김에 그에게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지역에서 활동 범주를 넓혀가는 그에 대해 '정계에 입문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다닌다.

남 총장은 "일부러 찾아서 하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정치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캠페인성 구호는 단발에 그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에 대한 안티 목소리들도 인정한다. '남성희 아니면 사람 없냐'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그가 맡은 단체의 수장 역할은 명예직이 아니다. 끊임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곳이기에 고사해도 결국 그의 몫으로 돌아온다. 한번 맡은 일은 열정을 가지고 하기 때문이다.

"이슈가 있는 곳에 달려 가는 현장 속의 여협이 되겠습니다. 앞으로 여협의 변화를 지켜봐 주세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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