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족은 한결같이 말한다. "새벽에 더 집중이 잘 됩니다."
대구의 한 대학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현경(28·여)씨도 전형적인 '올빼미족'. 심지어 밤을 꼴딱 새우고 출근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시계에 맞춰 조직생활을 하는 학원강사와 달리 '오전 9시 출근'인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 중에는 특이한 경우. 이씨는 "밤을 새우더라도 낮잠을 1시간 정도 자면 밤잠을 자는 것과 효과가 비슷하다"고 했다. 이씨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이런 생활 리듬을 갖고 있었다. 다만 이씨가 새벽에 두 눈을 부릅뜨는 이유는 고요한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 동안 집중력이 강해져 이씨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은 물론 운동까지 하는 등 낮시간 동안 미처 못했던 부분을 보충한다. 취미시간을 즐기기 위한 선택이 '올빼미'라는 것. 다만 이씨의 경우 주말을 이용, 숙면을 취한다. 심지어 20시간을 잔 적도 있다.
반대로 야심한 새벽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원강사 생활 5년차인 최영호(30)씨는 하루의 첫 끼니를 오후 1시에 시작한다. 오전 3~4시까지 다음날 있을 수업 준비를 마친 뒤 숙면을 취하기 때문. 활동에 있어서는 '새벽형 인간'. 최씨는 "하루 7시간 정도는 푹 자야하기 때문에 선택한 생활리듬이 몸에 익어버렸다"며 "친구들을 만날 시간에 제약이 있다는 것 외엔 불편한 게 없다"고 했다. 최씨의 출근시간은 오후 4시. 고교생들이 학교에서 자율학습까지 마치고 난 뒤 학원에 오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업은 오후 9시가 넘어야 시작된다. 수업을 마치고 뒷수습까지 하고 나면 퇴근. 오전 1시면 퇴근과 동시에 마지막 끼니를 잇는다. 오후 1시, 5시, 이튿날 오전 1시. 하루 세 끼를 먹는 건 일반적인 생활 리듬을 갖고 있는 이들과 마찬가지. 야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속설도 있지만 최씨의 몸무게는 5년째 그대로다.
물론 이들도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생활리듬을 만들려는 노력을 했었다.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최씨의 경우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밥을 먹지 않고 그대로 자서 이튿날 오전 8시에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1주일도 못 돼 그만두고 말았다. 집중력의 차이 때문이었다. 최씨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쉽게 할 수 있지만 멍한 상태로 있어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도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했지만 정신이 더 말똥말똥해져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생활 리듬이 다른 이들이지만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는 게 이들의 한목소리. 최씨가 오전 1시에도 끼니를 이을 수 있을 정도로 패스트푸드점, 김밥집, 해장국집 등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대형소매점도 24시간 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실제 마케팅 시장에서는 이들과 같은 올빼미족을 노린 마케팅 전략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 홈쇼핑 시장에서는 심야에 물건을 사는 이들이 적잖으며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올빼미족이란? 늦게 일어나 해가 뉘엿뉘엿해지기 시작해야 정신이 맑아지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국어사전에 등재되진 않았지만 '올빼미 투어' '올빼미 쇼핑'처럼 새벽시간을 이용해 활동하는 이들을 빗대 자주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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