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 2학년들의 영어 연극축제. 이틀간 그들만의 깔깔 대축제다. 동급생 친구들의 유창한 영어실력에 놀라기도, 멀쩡한 친구들의 엉뚱한 발음과 슬랩스틱 코미디(연기와 동작이 과장되고 소란스러운 희극)에 웃음은 그치질 않는다. 기자의 눈으로 이들의 연극축제를 보니 '따로 영어회화를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말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영어로 사회를 보는 MC들(1학년 신원영-김다은)도 능수능란하게 진행을 했다.
대구외국어고등학교에서 8, 9일 이틀간 열린 이 원어 연극축제는 두 외국인 원어민 영어교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한국 영어교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기에 학생들의 호응은 더 컸다. 3개월간 준비기간을 거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 두 원어민 교사. 다이애나 이켈맨(29·여·미국)과 윌리엄 치앙(28·중국계 미국). 둘은 미혼인 청춘남녀로 호흡도 척척, 학생들로부터 인기도 짱이다. 이 둘이 힘을 합쳐 대구외고 설립 12년 만에 처음으로 '영어 연극축제'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으며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 이제 2회, 3회 더 발전된 모습의 축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정말 웃긴 '다이애나'
"Why the child study in the airplane?(왜 아이는 비행기에서 공부를 했을까요?)", "Because he wants higher education(그는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원했으니까요.)". 그랬다. 한발 늦었지만 학생들의 웃음은 터졌다. 다이애나는 이런 식의 재밌는 영어질문과 답을 계속 이어나갔고 학생들은 어이없지만 재밌다며 박장대소다. 영어 유머를 빨리빨리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다는 건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그만큼 수준이 있다는 얘기. 그는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영어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다이애나는 학생들을 즐겁게 하고 맘껏 영어를 하며 뛰놀고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줬다. 그 자체가 열린 교육. 그는 대학 때 클럽활동(동아리)으로 연극을 했으며 이후에도 영화와 연극에 관한 공부를 해 이를 학교교육에 적극 반영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하지만 정규교육 만을 중시하는 학교에서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 이를 제안했고, 같은 처지에 있는 윌리엄의 협조와 함께 주변 영어강사로부터 적극적인 도움을 이끌어냈다. 이미 연극축제는 시작된 것. 미국과 같이 상을 받은 학생에겐 큰 영예를 주기 위해 트로피도 주문하고 동급생 전체의 축제가 되도록 분위기도 만들어갔다.
각 학급별로는 팀을 정해서 어떤 10분짜리 연극을 할 것인지 결정했다. 원어 연극 연습시간은 원어 영어강의시간과 또 방가후 팀별로 대본연습을 더 하는 것.
다이애나는 학생들이 어떤 작품을 선택한 뒤, 영어로 어떻게 대사를 더 잘 전달하느냐 또 표정은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까지 해줬다. 그는 연극축제가 끝난 뒤 기자에게 "열심히 임해준 학생들이 자랑스럽고 너무 뿌듯하다"며 "첫 해는 이 정도 수준이었지만 다음해엔 더 좋은 축제가 될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동료 임은주 교사는 "이번 Theater Day를 원어민 선생님들과 함께 기획해 새로운 시도가 주는 즐거움을 느꼈다"며 "한 사람의 힘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준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다이애나 씨를 칭찬했다.
◆준수한 외모의 '윌리엄'
윌리엄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잘 생긴 매력남. 하지만 그는 이보다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데 더 관심이 크다. 또 학생들과 함께 동참해 축제를 하는데 푹 빠져들었다. 다이애나와는 호흡을 잘 맞춰, 이번 연극축제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그는 "기본적인 콘셉트는 학생들이 자기주도하에 작품을 선정하고 대본을 충분히 숙지해 이를 10분짜리 연극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이처럼 크게 호응하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제일 보람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생각보다 학생들의 영어실력이나 팀워크, 표현능력이 뛰어났다"고 칭찬했다.
어려운 점도 적잖았다. 그는 축제 준비를 하면서 예산이 적어 트로피를 제작해야 했는데 한국에서 너무 비싸 미국 웹사이트에서 가장 가격이 싼 것으로 주문했는데 이도 문제가 생겨 다시 국내에서 주문하는 해프닝을 겪기고 했다는 것. 이뿐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 넉넉한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도 어려운 일. 학생들도 의상, 소품 등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비용이 많은 드는 쪽을 포기해야 했다. 음향시설 때문에 에어컨을 켤 수 없었던 것도 더운 날씨에 더 힘들게 만든 요소.
윌리엄 씨는 "같은 외고지만 학생들마다 수준이 다르다보니 당연 어떻게 지도해야 할 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본선에 오른 학생들이 보여준 열정과 열의는 정말 높이 평가하며 수상한 학생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이번 축제는 12명의 한국 영어교사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됐으며 1학년 연극 콘테스트에선 2학년 교사들이 심사위원이 되어주시고 반대로 2학년 연극에선 1학년 교사들이 심사를 해주셔서 더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과 두 원어민 교사가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씩 달라는가 보다. 윌리엄은 "제가 볼 때는 수상자 선정에서 조금 다른 의견이 있는데 심사위원들의 의견과 심사결과를 절대적으로 존중한다"며 한 발 뺐다.
윌리엄과 다이애나와 함께 영어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서정은 동료교사는 "두 분이 찰떡궁합으로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이틀간 축제기간 동안 학생들은 젊음을 바탕으로 한 열정가 도전정신을 내뿜을 수 있은 좋은 무대였다"고 만족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