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자전거Ⅰ-따르릉 따르릉∼ 뱃살 비켜나세요

♥쉰 넘어 자전거 배우는 엄마 파이팅

"은경아 자전거 좀 가르쳐 주라. 엄마 친구들이랑 달성공원에 자전거 타고 가게." 한 달 전 일이다. 엄마가 놀라운 말씀을 던지셨다. 사실 엄마는 자전거를 못 타신다. 오십년 넘게 자전거를 못 타시는 채 있으면서도 자전거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시지 않던 분이라 갑작스런 말이 놀라웠다. 엄마가 자전거를 배우려고 하시다니. 새로운 도전이었다.

젊은 사람이라면 하루만 잠깐 타면 배울 자전거이지만 연세가 있으신지라 연습 기간을 길게 일주일 정도로 잡았다. 우리는 자전거를 가지고 근처 복개천 주차장으로 갔다. 엄마는 자전거 페달 돌리는데 너무 신경을 쓰셔서 자전거 핸들 조작을 늦게 하였고, 그렇게 해서 자전거가 이리저리 엉뚱한 방향으로 나갔다. 자전거 안장을 잡고 따라가는 나나 자전거를 타는 엄마나 둘 다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겨우 한 시간 수업했을 뿐인데 엄마와 나는 둘 다 근육통으로 아파 앓아 누워 버렸다. 엄마는 자전거 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고, 넘어져 여러 군데 멍도 들어서 자신감이 급격하게 떨어지셨다. "나 이제 자전거 안 배울란다. 원래 못 탔는걸"이라고 하시면서도 내가 자전거 타러 가자고 조르면 "그래도 한번만 더 타볼까"라며 못 이긴 척 따라 오시곤 했다.

연습장을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바꾸었다. 사람들이 보면 부끄럽다고 일부러 학교 건물 구석 쪽으로 가서 연습을 했다. 엄마는 자전거를 탄 지 4번 만에 혼자 타실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엄마의 웃음 소리가 "아하하하하 하하하하" 하며 학교 건물 사이사이로 울려 퍼져 나갔다. 엄마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이제껏 모르고 살았을까라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여전히 자전거 연습 중이시다. 길에서는 사람에게 부딪칠까봐 못 타겠다고 하시며 학교 운동장을 돌곤 하지만 조만간 달성공원에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엄마에게 효도한 것 같아 기쁘다. 아직 부모님께서 자전거를 못 타신다면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함께 동네 운동장으로 가 보시라. 자전거로 부모님께 새로운 세상을 열어 드리자.

정은경(대구 서구 비산7동)

♥ 자전거로 출퇴근하니 출근도 빨라져

"삐뽀~ 삐뽀~."

자전거 경적이 새벽의 적막을 깨면서 내 하루는 시작된다. 편도 8㎞. 사실상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이지만 내게는 새로운 도전을 향한 첫걸음이다.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 흠뻑 젖은 옷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과의 만남은 자전거를 타며 맞게 되는 최고의 순간이다.

두달여 전부터 시작한 자전거 출퇴근. 정부의 녹색정책 바람을 타고 우리 생활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자전거 열풍은 어느덧 내 출퇴근, 나아가 생활 전반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자리 잡았다.

중학교 이후 타지 않았던 자전거를 다시 타고자 마음먹은 것은 점점 높아지는 유류비와 갈수록 나오는 뱃살 때문이다. 간단한 가방 하나에 직장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넣어 다니던 때와 다르게, 큰 배낭에 갈아입을 옷, 신발, 물, 헬멧 등을 챙겨야 한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샤워할 곳을 찾아야 하고, 날씨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더군다나 0.1톤의 몸무게에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사실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 무거운 몸을 자전거에 실어 오르막을 오른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로 목숨 걸고 다녀야 한다는 위험도 도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심장 터질 것 같은 시간을 보낸 후 도착해서 만끽하는 뿌듯함은 더욱 심장 터질 것 같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위협적인 자동차들을 벗어나 드디어 사무실에 도착했다. 시원하게 샤워한 후 옷 갈아입고 내 책상에 앉았다. 출근 시간 5분 전에 헐레벌떡 뛰어오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보통 1, 2시간 전에 도착해 느긋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나를 발견한다. 아침형 인간이라던가? 보통 새벽 2시는 되어야 잠자리에 들던 때와 달리 밤 10시만 되면 잠이 쏟아진다. 주위에서는 영감 다 됐다며 놀리곤 하지만 상쾌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로 거리를 질주하는 그 짜릿함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입 아프게 설명해서 무엇 하리. 무거운 강박의 옷을 벗어 던지고, 1년 뒤 더 날씬해질 내 모습을 그려보며 오늘도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번 여름 휴가에는 북적북적한 해수욕장 대신 시골길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볼 계획이다. 자연을 벗 삼아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만나게 될 새로운 영역들을 기대하니 벌써부터 가슴 설렌다.

우세민(대구 수성구 만촌1동)

♥'시험 잘치면 자전거 선물' 교육효과 노려볼 만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이 큰 자전거를 탄다면서 어린이용 자전거는 유치해서 못 탄다고 큰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라대었다.

그러나 큰 자전거는 너무 크고 위험할 것 같아서 안 된다고 했다. 아이는 막무가내로 "작은 자전거 타면 아이들이 놀린단 말이야. 유치해! 큰 거 사줘!"라며 매달렸다. 그러나 두발 자전거가 없는 것도 아닌데 작다는 이유로 자기 덩치보다 큰 자전거를 탈 필요가 있을까 싶어 사주지 않았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아이는 시험 성적이 좋으면 자전거를 사달라고 경품을 걸었다. 중간고사를 쳤고 아이는 자신이 건 점수에 도달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엄마, 나 딱 5개 틀렸어. 자전거 사줘." 일요일 날 아이랑 자전거대리점으로 가서 자전거를 샀다.

아이는 친구들이랑 온 동네를 달리며 신나했다.

이모들이 오면, "이모, 나 이 자전거 시험 잘 쳐서 받은 거야"라며 자랑했다. 아이는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기쁨이 큰지 여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든 적당히 할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베란다 한구석에서 아이의 출퇴근 자가용 역할을 하는 자전거는 아이가 아끼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지혜(대구 달서구 이곡동)

♥아이 뒷자리 태우고 추억 한바퀴

아파트 게시판에 타지 않는 자전거를 폐기처분한다는 공고문을 붙였다. 사는 것이 여유로워지면서 자전거는 이제 충동 구매로 구입하여 자리만 차지하는 운동 기구처럼 퇴물로 물러나고 있다.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들도 즐겨 타는 것은 잠시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보다 더 스릴 있는 스케이트나 스케이트보드 타는 것에 열중하여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요즈음 자전거는 기능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화려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투박한 아버지의 자전거처럼 애착은 가지 않는다. 햇살에 유난히도 반짝이던 바퀴살이 멋있어 보이던 초록 빛깔 아버지의 자전거는 우리 집의 교통 수단이었다. 출퇴근은 물론이고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장보기를 하기도 하며 우리의 놀이 기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마음을 나누는 수단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가끔 시간을 내어 우리들을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 동네 한 바퀴를 돌곤 하셨는데 지금처럼 집만 나서면 사방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부드러운 흙길이어서 드문드문 박혀있는 돌 위를 일부러 골라 지나치시며 우리들 작은 엉덩이를 콩닥거리게 하셨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버지의 자전거는 몇 번이나 바뀌었다. 처음의 초록 자전거와 가장 마지막까지 타고 다니시던 뒷자리가 넓은 짐자전거는 잊혀지지 않고 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들이 성장하여 모두 집을 떠난 뒤로도 자전거의 뒷자리는 꽤 오랫동안 어머니의 장바구니 역할을 충실히 하며 주인처럼 천천히 낡아갔다. 곧 여든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하시다. 가끔 고향집에 들르게 되면 창고 구석엔 먼지를 허옇게 둘러쓴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가 어김없이 파수꾼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본다.

게시판에 안내문을 붙이고 오는 길, 나는 문득 내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가 몹시 그리웠다.

전병태(대구 서구 평리동)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글을 보내주신 분 중 한 분을 뽑아 패션 아울렛 올브랜 10만원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원고 분량은 제한 없습니다.

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체육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박하진(대구 수성구 중동)

다음 주 글감은 '자전거Ⅱ'입니다.

많은 사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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