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위손 심마니 부부 "20년간 산삼 4천뿌리 캤죠"

김천서 30년째 이발소 운영 임동진·박성호씨

▲부부 심마니 임동진(오른쪽)·박성호씨.
▲부부 심마니 임동진(오른쪽)·박성호씨.

"심봤다 심봤다 심봤다."

부부 심마니(채삼꾼) 임동진(52)·박성호(47)씨. 원래 이발사인 남편 임씨는 이제 전문 심마니로 더 잘 알려졌고, 부인 박씨는 남편보다 산삼에 대해서는 더 고수가 됐다.

김천시 남산동 뒷골목 새마을금고와 맞닿은 자리에 위치한 신성이발소. 6남매 중 막내였던 임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올해로 30여년째 이발소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손님이 없어 주말엔 거의 문을 닫고 줄곧 산으로 향한다.

"남자들의 이발 패턴이 1970, 80년대와는 달리 대중 사우나의 이발소나 미용실 쪽으로 바뀌는 바람에 요즘은 문은 열어놨지만 파리만 날리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임씨는 이발소를 쉽게 처분하지 못한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이고, 또 이따금 찾아오는 동네 사람들의 정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년 전 늦은 봄. 부부는 이발소에 손님도 없고 해서 김천 부항면의 백두대간 삼도봉에 등산을 갔다가 우연히 15~20년생 산삼 두 뿌리를 채심(산삼을 캐는 일)했다. 이것이 임씨 부부를 심마니의 길로 이끈 계기가 되었다. 삼도봉이 전문 심마니로서의 생자리(처음 산삼을 캐낸 곳)가 됐다.

이날부터 놀이 삼아 김천지역의 주변 산을 자주 찾았다, 이제는 전국의 명산 가운데 대충 마당심(산삼이 많이 몰려 있는 산)이 어딘지 손에 꼽을 수 있다. 임씨는 주말에, 부인은 주로 평일에 산을 오른다. 임씨는 "아내가 이제는 날다람쥐처럼 재발라서 따라잡을 수가 없다"며 웃었다.

특히 부인 박씨는 한눈에 장뇌삼(산에 옮겨 심은 밭삼) 인종삼(씨를 받아서 산에다 심은 삼) 지종삼(인종삼의 씨앗이 떨어져 스스로 자란 삼) 천종삼(천연삼·자연삼)의 구분은 물론 대략 몇 년산인가를 알아맞힐 정도로 수준급이다.

"산삼은 산 정상을 기준으로 동북쪽 능선에서 햇볕과 그늘이 적당한 곳에 많이 납니다. "이들 심마니 부부가 20년간 캔 산삼은 무려 4천여뿌리. 상당수는 상품 가치가 낮은 야생삼이지만 200여 뿌리는 50년 이상된 상품 가치가 높은 지종삼이었다. 수십년 된 더덕과 도라지는 헤아릴 수도 없다.

임씨는 지난 2005년 지리산 자락에서 110년 묵은 가족삼(6뿌리)을 캐 그해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한국인삼약초대전 산삼경매 행사에서 1억2천500만원에 낙찰되는 횡재를 안기도 했다. "처음엔 산삼을 캐도 팔 줄 몰라 가족과 친인척들끼리 나눠 먹었죠."

이들은 몇 년 전부터 김천에서 산삼 직거래 인터넷홈페이지(www.chungsolsansam.com-청솔산삼정보)를 운영하면서 가끔 몸이 아픈 이웃들에게 귀한 산삼을 무료로 건네기도 하는 마음씨 착한 부부 심마니이다.

김천·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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