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가 오가는 철이라고 쓴다 새떼 하나는 날아오고 새떼 하나는 날아간다고, 거기가 공중이다, 라고 쓴다
두 새떼가 마주보고 날아서, 곧장 맞부닥뜨려서, 부리를, 이마를, 가슴뼈를, 죽지를, 부딪친다고 쓴다
맞부딪친 새들끼리 관통해서 새가 새에게 뚫린다고 쓴다
새떼는 새떼끼리 관통한다고 쓴다 이미 뚫고 나갔다고, 날아가는 새떼끼리는 서로 돌아다본다고 쓴다
새도 새떼도 고스란하다고, 구멍 난 새 한 마리 없고, 살점 하나, 잔뼈 한 조각, 날갯깃 한 개, 떨어지지 않았다고 쓴다
공중에서는 새의 몸이 빈다고, 새떼도 큰 몸이 빈다고, 빈 몸들끼리 뚫렸다고, 그러므로 空中이다, 라고 쓴다
꽃이 향기와 색의 매혹이라면 새는 움직이는 매혹이다. 새떼의 움직임은 감각이 도달하는 가장 멀고 높은 곳의 매혹이다. 위선환의 새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율이다. 평이한 언어들이 점차 서서히 강도를 높이면서, 부딪치며 으깨어지며 몸서리치는 전율의 언어로 전환되었다. 모든 언어들은 새떼의 날개와 날기로 전환되었다. 새떼들은 부딪치면서 생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새떼들은 공중을 관통하는데 시인의 눈은 새떼가 너무 많기에 새떼는 새떼 사이로 관통해야 한다고 필연적으로 생각한다. 그게 훨씬 더 적이다. 히치코크의 영화 처럼 위선환의 새들도 평범한 새떼가 아니다. 그것들은 시인의 몸을 관통하면서 허공을 관통하면서 새떼 스스로의 몸을 관통한다. 왜 관통하는가 하는 성찰도 관통한다. 그 모든 사물을 관통하면서 남긴 새떼의 항적은 경이롭다. 정진규, 허만하, 서정춘, 문인수의 뒤를 이은 노시인의 여러 맵시도 따라서 경이롭다. 참고로 그는 1941년생이다.
시인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