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일 우리銀 서울 가산IT지점장

"800개 지점 중 20위권 …2년 내 1위 목표"

한 고객이 지점장실에 들어왔다. 고객은 책상 위에 놓인 책 한권을 보고 대뜸 "그 명부 어디서 났습니까?"라고 물었다. "제가 이곳 출신입니다"라고 하자 고객은 "제가 평소에 참 존경하는 분이 그 학교 출신인데 정말 반갑군요"라며 얘기를 나눈 뒤 거래를 텄다. 그 책은 2007년도 한 고등학교 동기동창 명부였다.

이재일(49) 우리은행 서울 금천구 가산IT지점장은 "든든한 고향이 있어서 촌놈 근성으로 소신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며 '지역사랑'을 피력했다. 그는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선산 대방초교, 현일중, 김천고를 나왔다.

4월 지점장 부임 이전 그는 우리은행 인사부장을 지냈다. 2007년 박해춘 당시 우리은행장(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변화와 개혁'을 외치며 5명을 면접했고, 그가 1만5천명의 우리은행원을 관리하는 인사부장으로 발탁됐다. 이에 그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자, 합병은행이니 균형 감각을 가지자'는 기준과 원칙을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며 "인사부장 시절 많은 것을 얻기도, 잃기도 했지만 사람에 대한 포용력이 생기고 이해의 폭도 넓어져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1987년 한일은행, 산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이 지점장은 준비된 사람이었다. 그의 철학도 "한결같은 삶을 살자, 진실은 알아주게 돼 있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신탁부, 기업개선부, 경영지원팀, 중소기업고객본부, 인사부장, 대기업심사부장 등 은행 내 요직만 두루 거쳐온 것도 그의 철저한 준비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결을 물었다. 이 지점장은 "공부하라"고 간단하게 답하며 "조직 장악력은 업무 이해도와 비례한다. 업무 이해도는 큰 틀에서도 볼 수 있는 장기적 시각, 정확한 미래 방향을 예측하는 지식이 필요한데 이는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두 통의 전화가 왔다. 하나는 부은행장이고, 하나는 지점장으로 승진한 예전 부하 직원으로부터였다. 그의 폭넓은 사람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은행 가산IT지점의 매출은 우리은행 전국 800개 지점 중 20위권이다. 이 지점장의 목표는 실적을 2년 내 1위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고객을 직접 찾아다닌다.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본사에 전하고 직원들에게 지시한다. "고객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늦은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고군분투한다. 지점장실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한다. 또 분기별로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하면 선물해 준다.

최근 주택청약저축이 새롭게 출시됐는데 직원 2명이 560좌 이상 계약을 성사해 지점장발(?) 포상휴가를 보냈다. 그는 "직원은 곧 보배"라며 "일 잘하는 사람은 시켜서 하지 않고 스스로 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웃었다.

고향 생각을 물었다. 이 지점장은 "'횡성 한우' 같은 브랜드가 없다는 게 아쉽다. 구미, 대구는 변화를 준비하지 않아 그 모습이 예전만 못하다.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든든한 고향은 내 아버지와 같다. 고향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꼭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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