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 온 초교생 3명 가스 순간온수기 참변

여름방학을 맞아 외갓집을 찾았던 초등학교 여자 어린이 3명이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 순간온수기를 켜놓고 목욕을 하다가 온수기에서 흘러나온 일산화탄소(CO)에 중독돼 모두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18일 오후 5시쯤 군위 부계면 동산리 최모(77·여)씨의 과수원 주택 간이목욕시설에서 정모(10·대구)양 자매와 김모(11·대구)양 등 최씨의 외손녀 3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 119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정양 자매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고, 김양은 의식이 없는 중태여서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졌다. 정양 자매의 어머니 김모(46)씨는 "욕실에서 신음 소리가 나 달려가 보니 아이들이 쓰러져 있고 욕실내에 가스 냄새가 가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고 당시 가로 1.4m, 세로 1m 규모의 목욕시설에는 가스 순간온수기가 작동되고 있었으며 외부와 연결된 창문은 닫혀진 상태였다. 순간온수기 설치 규정에 따르면 목욕탕 또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에는 설치하면 안 된다.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인 정양 자매와 이종 사촌인 김양(초등 5년)은 이날 오전 여름방학을 맞아 대구에서 엄마와 함께 각각 외갓집을 찾아 풀밭에서 뛰어논 뒤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가 이 같은 변을 당했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한국가스안전공사 북부지사 최윤원 부장은 "밀폐된 욕실에서 사용한 가스 순간온수기가 산소 결핍으로 불완전 연소하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피해자들이 중독된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스안전공사 관계자의 말과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가족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순간온수기가 무자격자에 의해 설치되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군위·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