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가 모든 인간 행위의 동기라고 설명하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인간의 특정 행위가 외부적이고 상황적인 요소(대개는 금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일견 명쾌한 설명이지만 간과한 부분이 있다. 사람은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행동 원칙이나 양심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시세보다 비싼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는 것으로 다국적기업에 착취당하는 저개발국 커피 재배 농부들을 도우려는 마음 같은 게 그런 사례다.
이들은 이러한 난점을 피하기 위해 도덕감정 등 사람이 염두에 둘 만한 모든 것을 인센티브에 포함시킨다. 인센티브에는 '경제적' '사회적'인 것뿐만 아니라 '도덕적' 인센티브도 있다는 것이다.(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괴짜 경제학') 그러나 이는 인센티브의 일반적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양심까지 인센티브라면 세상에 인센티브 아닌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파시즘으로 가고 있다는 '한국형 파시즘'론도 이와 같은 의미론적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시즘 논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파시즘의 범위는 무한히 확장된다. 불법'폭력시위 차단(공권력에 의한 억압)도 파시즘이요, 전 국민을 기만한 허위 보도의 책임 추궁(언론 탄압)과 북한 핵으로부터 민족 생존을 지키려는 노력(남북 긴장 강화)도 파시즘이다. 심지어는 취업난에 따른 운동권의 퇴조(청년층의 보수화)도 파시즘 징후로 규정된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주변에서 파시즘 아닌 게 없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일상적 파시즘론'에 따르면 아버지 중심의 가정 질서를 세우려는 노력(가부장주의)도 파시즘이고 선생님이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훈육(규율과 복종)하는 것도 파시즘이다. 논리를 이렇게 확장한다면 노무현 정부 시절 좌파의 정부 기구 장악과 우파 억압을 '좌파 파시즘'이라고 명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것이 파시즘인데 좌파 파시즘인들 어찌 없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독재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그냥 독재라고 하면 된다.(물론 독재인지 아닌지는 따져봐야 할 별개의 문제다.) 구태여 정의도 불분명한 파시즘이란 용어를 등장시키는 것은 그것이 내뿜는 강렬하고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현 정부에 덧씌우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국민들은 정작 이런 주장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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