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미디어법 반대표' 발언을 하자 여러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이란 풀이가 나오고 있다. 우선 자신이 제시한 미디어관련법 절충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도 않으면서 직권상정 수순에 몰두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당 수정안에 '독일식 시청 점유율 제도'라는 사후 규제 장치가 반영됐지만 신문 등의 매체가 방송에 진출할 때 매체 가중치에 따라 매체 합산율이 30%를 넘으면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방송 자체 지분율 30%만 규제한다는 계획이다.
두번째는 최근 충청권 연대론과 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 재개 선언 등으로 인해 녹록지 않아진 정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충청권 연대론'과 친박 인사 입각 등을 통한 정치 환경 변화 시도에 대한 경고성 의미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발언'은 19일 여권을 흔들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웠던 하루가 지나자 다시 결속하며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여권은 19일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미디어 관련법 단독 처리 자체를 반대하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박 전 대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최근 청와대 개각 논의에 있어서 충청권 연대론, 친박계 입각설 등 '박근혜 압박'이 거세지자 "박 전 대표가 반기를 들었다"며 주류 측이 발끈했다. "여기까지 와서 반대하는 뜻은 무엇이냐" "힘의 과시다" 등의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대구 서구)이 박 전 대표와 접촉한 뒤 "(박 전 대표의 뜻은) 좀 더 시간을 갖자는 것이지 처리에 대한 반대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박심'을 전달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20일 오전 민주당과 재협상을 벌인 뒤 24일까지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당내 소통 부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태환 의원(구미을)은 "19일 밤 김무성 의원실에서 몇몇이 모여 박 전 대표와 통화를 했다"며 "박 전 대표의 본뜻은 너무 밀어붙이지 말고 시간을 더 갖자는 의미였는데 몇몇 당 지도부 간 의사 소통 중에 와전된 것 같다"고 했다. 이해봉 의원(대구 달서을)은 "박 전 대표는 정책과 정치를 분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박 전 대표가) 자기 안이 있기 때문에 미디어 관련법 자체를 반대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희수 의원(영천)은 "여야가 시간을 갖고 최대한 조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서둘러 직권상정하기보다는 24일까지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한 뒤, 정말 뜻이 맞지 않고 결렬된다면 마지막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명수·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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