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겸손한 자 찾도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할 수 없다. 어느 시대나 겸손한 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 또한 마찬가지다. 성경에서는 겸손의 의미가 윤리적 차원을 넘어서 종교적 의무로까지 강화된다.

그래서 자신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은총을 입는 비결이라고 하였다. 인간적 입장에서 겸손은 나약하고 비굴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성경에서는 겸손을 인격의 초석으로 삼으라 하였다.

기독교 선교 초창기의 위대한 사역자 바울은 예수의 겸손을 강조하면서 서로서로 겸손하라고 권고하였다. 그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겸손이 깊어지면서 인격과 신앙이 더욱 원숙해진 인물이다.

바울은 그 시대를 움직이던 세 가지 요소, 즉 그리스 문화, 로마 시민권, 히브리 종교를 모두 갖추고 있었고, 30대에 이미 유대교의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이러한 출신 배경이 회심한 이후에도 여전히 "내가 지극히 큰 사도들보다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는 줄 생각하노라"고 오만하게 자신을 드러내던 근원이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만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차 겸손으로 바뀌게 된다.

50대에 이른 바울은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라고 고백한다. 그의 겸허함은 옥중에 갇혀서 쓴 마지막 목회서신에 이르러 극에 달하게 된다. 이제 더 이상의 세상 속기(俗氣)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노(老) 사도가 죽음을 앞두고 옥중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고백한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바울은 겸손함이 더해질수록 성스러움 또한 깊어졌으며, 존경과 신망이 자신에게 쏠리면 쏠릴수록 더욱 스스로를 엄밀하게 성찰하였다. 물론, 겸손은 신앙인만의 덕목일 수 없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과학자 스티븐 호킹의 일화 또한 겸손과 관련하여 깊은 감동을 준다. BBC방송 특집에 초대받았을 때 사회자는 "블랙홀에 대한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였는데, 그는 말을 바꾸어 "블랙홀 연구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자기 홍보와 과시를 덕목으로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지만 나 자신을 높이고자 하는 욕망이 클수록 내가 힘들어지고, 또한 스스로를 높이고자 기를 쓰는 동료가 많을수록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겸손한 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장윤수 대구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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