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이른 올 장마에 모두들 好評(호평)이다. 몇 년 만에 장마다웠다는 얘기다. 수도권은 700여㎜, 남부권은 900여㎜에 이르는 사상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두 帶域(대역) 사이에 끼인 경북권역도 평년작을 넘었다. 대구 경우 6월 열흘 사이 105.6㎜가 왔고, 7월엔 오늘 오전까지 278㎜가 내렸다. 장마 시작 하루 전 내린 28㎜까지 더하면 전체 강수량은 412㎜나 된다. 장마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 350여㎜보다 많다.
일 년여나 끈 가뭄 끝의 단비여서 더 반가웠다. 잘 알려지지 않긴 했으나 운문호는 사실 취수 중단 사태 직전까지 갔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망간 오염물이 떠오르는 상황마저 돌출했기 때문이다. 작년처럼 장맛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하지만 이제 저수율은 50%에 달한다. 내년 봄까지 가물어도 견디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비 온 날수도 만만찮았다. 장마전선이 작동하기 시작했던 지난달 21일 이후 아흐레를 빼고는 줄곧 雨氣(우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더위도 잘 통제됐다. 낮 더위 경우 6월 26일이 피크였다. 그날 영덕은 무려 36.9℃나 됐고 대구도 35.3℃까지 치솟았다. 중국에 42.3℃의 폭염이 나타났던 시기다. 하지만 그 이후 역내엔 큰 낮 더위가 없었다.
밤잠도 덜 설쳤다. 올해 역내서 먼저 열대야가 나타난 곳도 영덕이었다. 6월 25일 새벽 기온이 25.4℃였다. 작년보다 22일이나 빨랐다. 그러나 그런 날은 지금까지 그날뿐이었다. 대구에선 열대야 발생일이 되레 더 늦어졌다. 작년엔 7월 5일 이후 장마 막바지인 20일까지 거의 매일 열대야였으나 올해는 7월 13일에야 처음 나타나고 18, 19일 새벽 두 번 재발했을 뿐이다.
물론 진짜 한여름은 앞으로 펼쳐질 것이다. 사흘 뒤면 벌써 중복이지만 말복은 그러고도 20일이나 더 지나서 있다. 게다가 올해는 高溫(고온) 현상이 연초부터 예사롭잖아 사상 최고 기온이 나타나지 않을까 진작부터 긴장하는 시선까지 있다.
그러나 높은 산 풀숲에서는 이미 잠자리들의 비행이 한창이다. 물이 따뜻해지는 4월쯤 알에서 깨어난 뒤 석 달여 동안 무려 15차례나 허물 벗기를 하며 자란 곤충들이다. 그래서 장마 끝물쯤 몰려나오는 잠자리는 한여름의 표징이자 가을을 선도하는 전령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한 달 정도만 잘 참아 넘기면 올해 여름도 그렁저렁 보낼 수 있다는 신호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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