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심각한 경기침체가 야기되면서 나타난 세계적인 현상이다. 아직까지 뚜렷한 회복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 유수의 언론'연구기관들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중국에서 경제지표가 하나하나 발표될 때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전망을 바꾸기 일쑤다. 한마디로 종잡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망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가계나 기업, 금융회사들은 몸을 움츠리게 마련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은 위험도가 크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대출을 꺼리게 되고, 기업은 투자하기가 힘들다. 가계는 가급적 소비를 줄이려고 한다. 모두가 위험을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서민의 삶은 어려워진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면서 자영인은 타격을 입고, 기업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근로자들은 실직을 걱정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연구기관에서는 금융위기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4%대에서 3.7%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하였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가용한 생산자원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와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생산능력 확충과 생산성 증대를 위한 투자를 꺼리게 되고, 실직상태의 근로자들은 구직 희망을 포기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럽위원회의 최근 자료에서도 유로지역의 잠재성장 수준이 금융위기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2011년 3.42%, 2018년 5.50%, 2028년 4.60%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경기하강기에는 잠재성장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다만, 일반적인 경기순환기 중 경기하강기에 낮아진 잠재성장은 경기회복기와 경기호조기에 투자 및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다시 증가하여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처럼 경기침체의 정도가 강하고 회복전망이 불투명한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낮아진 잠재성장 수준이 만회가 힘들다. 또한 적절한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잠재성장률 자체가 하락하여 그 영향이 항구적으로 나타날 우려가 높다.
현재의 세계 경기침체가 언제 끝나게 될지 불투명하나,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회복 수준은 과거에 비해 매우 낮을 것이며, 낮은 성장추세가 꽤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생산물량을 받아 준 미국의 소비가 과거와 같은 높은 수준을 지속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금융 부문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신성장동력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미국의 과소비를 줄이고 교육, 과학, 의약, 대체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 증대로 성장동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기 불확실성의 시기에 우리 경제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경기회복 이후의 국가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내실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막아야 한다. 기업 및 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R&D 투자를 확충하여 투자와 생산성 증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 기업들은 불확실하다고 움츠리고 있기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미래를 위한 창업과 투자를 확충하여야 한다. 정부는 또한 이러한 노력에 지원을 강화하여야 한다.
핀란드의 경우 R&D 투자와 성공적인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위기에서 빠르게 탈출하였다. 핀란드는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잠재성장 수준과 잠재성장률이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서도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10년간의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은 바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의 시기라는 긴 터널을 벗어나게 되면 각 나라와 기업들은 어느덧 달라진 자기의 위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위치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현재 어떻게 하였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최윤기(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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