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고종 때 흥선대원군이 내린 서원 철폐령의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21일 "경남 창녕지역의 사액서원인 관산서원 사당터에서 땅 속에 묻힌 위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종실록에 따르면 대원군은 '전국의 서원 1천700여 곳 중 47개의 사액서원만 남기고 모두 철원매주(撤院埋主·서원을 철폐하고 사당에 모신 위패인 신주를 묻음)하라'는 서원 철폐령을 내렸다.
이번 관산서원 사당터 조사에서 온전히 확인된 매주시설을 통해 서원을 철폐하고 신주를 묻은 역사적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매주시설은 철폐시킨 사당터 자리 한가운데를 파고 옹관처럼 옹기를 맞붙여 세워 그 속에 신주(정구의 위패)를 봉안했으며 그 둘레에 사당에 얹은 기와로 3겹이나 감싸고 단단하게 흙으로 덮은 특이한 형식이다. 매주시설은 최근 사당터 복원을 위한 터파기 공사 중 발견됐다.
관산서원은 창녕지역 유일의 사액서원이자 영남5현(嶺南五賢)의 한 분으로 숭앙받은 문목공(文穆公) 정구(鄭逑·1543~1620년)를 기려 1620년(광해군 12년)에 세운 것으로, 1871년 철폐됐다.
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원군의 서원 철폐와 관련된 유물 자료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서원철폐령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첫 사례로 역사적인 의미가 높다"고 평가했다.
관산서원 자리에는 1899년 이 지역 18개 문중이 관산서당을 세워 현재까지 보존 관리하고 있다.
창녕·조기환 기자 bsb27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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