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대구시장이란 자리

경기 침체로 미국 州(주) 정부들이 재정난에 빠진 와중에도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다. 미 중북부에 있는 노스다코타주다. 작년 노스다코타의 경제성장률은 7.3%로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실업률은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4.4%로 가장 낮았다.

노스다코타가 이렇게 잘나가는 이유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존 호벤 주지사의 리더십에서 찾았다. 은행장 출신인 호벤 주지사가 2000년 취임 직후 경제성장을 제1 목표로 정하고, 경제개발 정책을 펼친 게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7년 동안의 은행장 경험이 경제정책 수립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이 호벤 주지사의 얘기다.

수만 리나 떨어진 노스다코타를 거론한 이유는 대구, 그리고 대구시장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호벤 주지사 이야기 중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 있다. "기업인이 주 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맞추는 게 아니라 정부 스스로가 정책을 기업인에게 맞추도록 했다"는 말이다. 최근 우리가 목청을 다해 외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10년 전부터 실천한 것이다. 先見之明(선견지명)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존 호벤과 노스다코타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교훈이 하나 더 있다.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에 따라 그 지역은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慧眼(혜안)을 갖고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그 지역은 발전할 수 있다. 반면 지도자가 그와 같은 역할을 못한다면 그 지역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달여 전 '대구시 공무원 향한 쓴소리'란 칼럼을 통해 대구가 낙후한 원인 중 하나를 대구시 공무원으로 지목한 바 있다. 조금 더 그 얘기를 심화'발전시킨다면 대구가 이렇게 참담한 처지가 된 탓은 전'현직 대구시장들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구시 공무원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1차 책임은 물론 공무원들에게 있다. 하지만, 대구시 공무원들의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대구시장들에게 근본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이 얼마 전 짧은 임기에, 돈도, 힘도 없는 대구시장들이 '우주선도 없으면서 하늘의 별'을 따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백번 맞는 얘기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한다면 시대의 변화를 읽고 헤쳐나가는 능력이 대구시장들에겐 부족했다. YS정권에서 위천국가산업공단에 올인한 것이 대표적이랄 수 있다. 낙동강 가에 공단이 들어서면 취수원이 오염된다고 부산'경남에서 들고일어날 게 뻔하고,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한 YS가 대통령인 상황에서 위천공단을 만든다는 것은 홍 원장의 표현대로 '하늘의 별을 따는 일'이었다. 차라리 그때 교육이나 의료, 환경, 문화 분야로 치고 나갔더라면 대구의 위상은 확 달라져 있을 것이다.

대구의 한 여행사 사장은 인천에 갈 때마다 혈압이 오른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천과 뒷걸음만 치는 대구의 참담한 처지가 대비가 돼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인천은 이제 국내 도시들과의 경쟁을 넘어 미국 뉴욕을 능가하는 세계적 도시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인천을 낮춰 봤던 대구로서는 가슴을 칠 일이다.

대구시장 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벌써 한나라당 공천 등 차기 시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무성하다. 그렇지만, 정작 핵심은 빠진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 과연 이 시기에 대구시장이라면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만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할 뿐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찾을 생각과 노력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실정이다.

대구시장 후보군에 대한 인재 풀(pool)을 확 넓혀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렇고 그런 인물 중에서 대구시장을 뽑는 식으로 선거가 이뤄진다면 대구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대구 발전의 동력원이 되어야 할 대구시 공무원들의 개혁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대구시장이 특정 인사들만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된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구시민 모두의 뜻과 의견이 결집하는 과정을 거쳐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대구시장으로 뽑아야 한다. 그래야만 대구는 도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李 大 現(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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