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인'소주 등에 밀려 한때 홀대받던 우리 전통 술 막걸리가 다시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다. 과일과 혼합해 마시는 칵테일 막걸리도 등장하고, 효모가 살아 있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도 퍼지면서 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 사이에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울러 '마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로 일본 등 외국으로 수출되면서 세계 속의 막걸리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 고유의 술 막걸리
곡주가 익어 청주와 술지게미로 나뉘기 이전에 막 걸러낸 술이 바로 막걸리다. 탁주(濁酒)'백주(白酒)'박주(薄酒)라고도 한다. 막걸리는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며 6, 7도로 알코올 성분이 적은 술이다. 막걸리가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고려때 부터이다. 이달충의 시에 '뚝배기 질그릇에 허연 막걸리'라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나 지금이자 서민의 술로서 사랑받았던 막걸리의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각 지방의 관인(官認) 양조장에서만 생산되며 예전에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제조한 것은 '농주'(農酒)라 불렀다. 고려시대부터 알려진 대표적 막걸리로 '이화주'(梨花酒)가 있다. 가장 소박하게 만드는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무렵에 만든다고 하여 그렇게 불렸다고. '조선양조사'에는 '처음에 대동강 일대에서 빚기 시작해 국토의 구석구석까지 전파돼 우리 민족 고유의 술이 되었다'고 씌어 있는데 진위를 가리기는 어렵다.
◆제조방법
전통적인 막걸리 제조법은 누룩이 노릇노릇해지면 잘게 부수어 고들고들하게 찐 밥과 함께 섞어 물에 담가 둔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면 발효돼 술이 된다. 이때 독의 아래와 윗부분의 온도차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계속 저어준다. 우리 전통주는 한 차례 발효돼 만들어지면 알코올 함량이 보통 13~18도 정도 된다. 이 상태에서 조금 더 진행되면 노란 물이 위에 뜬다. 이것을 '전주'라 한다. 그것을 떠서 용수(用水)에 담가 거기서 노란 것을 떠서 먹는 것이 '청주'(淸酒)다. 술통에 넣은 고두밥 전부가 완전 발효되기 직전에 둥글고 큰 밥알과 함께 떠낸 맑은 술이 바로 '동동주'다. 가운데 맑은 청주를 걷어내고 아래에 가라앉은 걸쭉한 부분을 체로 지게미를 밭아낸 것이 '막걸리'다. 이제 막 방금 걸러냈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성격이 급해 완전한 술이 되기 전에 한 바가지 두 바가지 떠서 마시기 시작하면서 막걸리가 유행했다는 얘기가 있다. 걸쭉한 죽 같은 막걸리에 마시기 편하라고 물을 섞으며, 물의 양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정해지는데 주로 6~8도 정도다.
현대식 막걸리 제조법은 예전보다 세분화 됐다. 1단계 준비과정으로 도정(쌀 깎음)'세미(씻음)'침미(씻은 쌀에 물을 부어 불림)'증자(일정한 수분을 머금은 쌀을 증기로 쪄서 고두밥을 만드는 과정)'종국 살포(적당한 온도로 식힌 고두밥에 종국을 고루 살포해 고두밥이 균에 착상하도록 입국제조실 온도를 조정)'입국제조 완료(적정한 온도에서 2, 3일이 지나면 쌀에 곰팡이균이 착상해 고두밥이 뽀얗게 되면 냉각과정을 거쳐 입국이 되는 것)의 단계를 거친다. 두 번째로는 1차담금(입국과 주모를 발효탱크에 넣고 적정량의 물을 부어 발효)'2차 담금(1차 담금 2, 3일 뒤 입국제조 과정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고두밥을 넣고 누룩과 함께 일정량의 물을 추가해 발효)'3차 담금(2차담금 2, 3일 후 전분당을 넣고)'숙성(1, 2일)'제성(발효탱크에서 술이 충분히 숙성되면 제성기를 통해 술 지게미와 술을 분리해 원주(전주)를 만들고 물을 섞어 적정한 알코올 도수로 조정)의 과정을 거친다.
◆막걸리, 건강에도 좋아요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설이 퍼지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막걸리 한 병(700~800㎖)에 700억~800억개의 유산균이 함유돼 일반 요구르트(65㎖)의 100~120병 정도와 맞먹는다. 유산균은 장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키는 유해 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이 있다. 또한 비타민B가 풍부하다. 비타민B군은 특히 중년 남성들에게 도움되는 영양소로 피로회복과 피부재생, 시력증진 효과를 낸다. 한편 막걸리는 식이섬유 덩어리라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막걸리 성분 중에서 물(80%) 다음으로 많은 것이 식이섬유(10% 안팎)다. 막걸리 한 사발에는 같은 양의 식이음료와 비교할 때 100~1천배 이상 많은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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