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인동에 위치한 지상 8층, 지하 3층 규모의 상인프라자. 이곳 주차장은 여느 주차장과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명이다.
천장에 일반 형광등이 아닌 LED조명이 설치돼 있는 것. 건물 복도나 통로도 마찬가지다. 천장에 일반 할로겐등이나 형광등 대신 LED조명으로 채워져 있다.
최근 LED가 뜨고 있다.
조명을 비롯한 전자제품, 자동차 등 전(全)산업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활용되고 있는 것. 정부의 LED 산업 육성'보급 정책으로 최근의 LED 열풍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LED '조명계의 블루칩'
상인프라자에 LED조명이 설치된 것은 지난 4월이다. (주)광성개발이 LED조명 홍보를 위해 이 건물을 LED조명 시범건물로 지정하고 주차장'복도'통로 등 각 공용구 조명을 LED칩이 든 전구로 교체한 것. 약 3천만원을 들여 모두 436개의 조명을 바꾸었다.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차이는 별로 없다. 빛의 밝기나 형태가 기존의 램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전기료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월 80만원 정도였던 이 건물의 공용구 전기료가 LED조명 교체 이후 월 20만원 정도로 확 줄었다. (주)광성개발 우영진 기획관리실장은 "이 같은 전기료 절감을 통해 4년 후면 초기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ED조명은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빛의 혁명'이라 불린다. 무엇보다 에너지 절약에 있어 독보적이다. LED조명은 전기에너지의 90% 정도를 빛에너지로 바꾼다. 이는 그만큼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는 것. 반면 백열 램프는 전기에너지의 90% 정도를 열에너지로 바꾸고 10% 정도만 빛에너지로 전환한다. 이 때문에 백열 램프는 장시간 켜놓으면 램프 자체가 뜨거워지고 여름철에는 냉방 효율도 떨어지지만 LED조명은 장시간 사용해도 열이 거의 나지 않는다.
LED조명의 전력량은 일반 백열전구의 20%, 형광등의 30~40%에 불과하고 많게는 10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수명은 5만시간으로 일반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비해 10배 이상 길다. 이론적으로는 1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해 한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이라는 것.
또 형광등처럼 수은 등 유해물질이 전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그린 정부'를 지향하는 MB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아떨어지는 것. 경북대 전기전자컴퓨터학부 이정희 교수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LED산업을 육성시키고 LED조명을 보급시키려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LED가 갑자기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LED조명 시장은 2010년 300억달러 수준에서 2015년 600억달러, 2020년엔 1천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급팽창할 것으로 전문가들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LED조명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일반 조명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 현재 나와 있는 LED램프는 일반 형광등이나 할로겐램프에 비해 6배 이상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전구가 몇 개 없는 가정집보다 대형 건물이나 공공 건물에 적합한 것. 우 실장은 "아무래도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개인기업에서는 LED조명 교체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또 LED조명에 관한 명확한 국내 인증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아직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점도 LED조명 확산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LED 응용 '무궁무진'
LED는 과거에는 대체로 전광판이나 교통신호등에 사용됐다. 그러다 최근 고휘도 LED가 속속 개발되면서 조명뿐 아니라 자동차'전자제품 등 활용 분야를 계속 넓혀가고 있는 추세.
LED는 빛이 선명하고 밝아 자동차 조명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각종 램프에 LED전구를 차츰 도입하고 있는 것. 튜닝매장 보경모터스 노찬섭 실장은 "고급차의 브레이크등이나 방향지시등에 이미 LED제품이 장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조등도 기술개발이 끝나 조만간 LED제품이 장착될 예정"이라고 했다. 자동차 실내'외의 각종 튜닝에도 LED제품은 패션 아이템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된다.
전자제품 분야에서도 LED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주로 LCD창 뒤에서 빛을 쏟아주는 백라이트유닛(BLU) 역할로 많이 적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TV 분야. 최근 삼성과 LG에서 LED TV를 출시해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LED TV는 기존 LCD TV의 일종이다. 단지 광원으로 사용되던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LED를 바꿔 저전력, 고화질 등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또 LED를 채택하면서 두께도 기존 TV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게 됐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의 LCD창을 밝게 해주는 광원에도 LED 채택은 하나의 대세가 되고 있다. 앞으로 냉장고'가스레인지 등 각종 가정기기에도 LED가 도입될 전망이다.
LED는 도시 경관도 변화시키고 있다. 대구에서도 LED조명을 이용해 도시의 각종 조명을 속속 바꿔가고 있다. 대구시는 올 2월까지 3개월 동안 지하철 반월당역사에 12억원을 들여 모두 3천70개에 달하는 형광등을 LED조명등으로 교체했다. 또 동성로 미관을 위해 대구백화점과 반월당 사이에 자리한 총 242곳의 점포 간판조명을 LED제품으로 교체하는 시범사업도 실시했다.
또 야간 경관을 위해 서변대교 상판 양쪽에 LED조명을 설치한 데 이어 수성교와 강창교 등에도 곧 LED조명을 설치한다. 대구시는 성서공단 구삼성상용차 부지에 있는 가로등 60여개도 LED로 교환했으며 교통신호등도 지난해 말 기준 전체의 68% 정도를 LED로 교체한 상태. 앞으로 대구시는 대구스타디움과 EXCO 등 대구를 대표하는 공공건물의 경관 조명이나 실내조명에도 LED제품을 속속 채택할 예정이다.
대구시 신기술산업국 심재균 사무관은 "LED조명은 일반 조명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성적인 빛깔은 내는 데다 여러 가지 색상을 자연색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어 도시 미관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북대 이정희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 LED기술이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지만 삼성이나 LG 등이 최근 LED 대량생산 체계를 갖춰 양산능력이 충분한 상태"라며 "앞으로 기술개발과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가격 하락과 함께 좀 더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LED란…
LED는 쉽게 말해 빛을 내는 반도체다.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라고 불린다. LED조명은 전기를 흘려주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LED칩을 하나, 또는 여러개 묶어서 만든다. LED의 발광 원리는 1907년 반도체에 전압을 가했더니 빛이 나오는 것이 관측, 발견됐다. 반도체의 전자(E)는 외부 전압에 따라 에너지의 편차가 생기게 되는데, 이 때 높은 에너지에서 낮은 에너지로 바뀌는 순간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전자의 에너지 차이가 크면 청색, 작으면 적색, 중간 정도면 녹색의 빛을 낸다.
LED가 실생활에 적용된 것은 1962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가 처음 적색 LED를 상용화하면서부터다. 이어 1993년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의 수지 나카무라 박사가 청색 LED를 개발했고 1997년 청색LED에 노란색 형광체를 사용해 하얀 빛을 내는 백색LED를 개발했다. LED가 색의 기본요소인 적(R)'녹(G)'청(B)에 백색까지 내면서 다양한 자연색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백색 LED가 개발되면서 LED조명이 일반 조명을 대체할 수 있는 램프로 확산되는 기틀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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