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계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장마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본격 무더위가 시작됐다. 7월은 애국시인 이육사 선생의 대표적 시 '청포도'처럼 고향 담장마다 청포도들이 알알이 영글어간다.
7월 여름방학을 맞아 이육사 선생의 고향인 안동 도산 원촌마을을 배경으로 '초인의 시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육사의 생애와 문학세계, 독립운동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육사 문학기행'을 경험해 보자.
안동시가 25~27일 '이육사 문학축전'을 마련한다. 올해 여섯 번째를 맞는 문학축전은 25일 오후 5시 이육사문학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이육사문학관과 도산청소년수련원, 시립민속박물관 등에서 열린다. '제4회 이육사 시 낭송대회'와 '제30회 육사 백일장', 문학기행과 문학강연'캠프파이어'문학행사 참여 등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이육사 문학캠프'도 준비된다.
안동시는 최근 생가 터에 있는 청포도 시비와 함께 시인의 시심에 젖을 수 있도록 이육사문학관 뒤 불미골에 청포도 공원을 조성했다. 이 공원에는 청포도 나무 30여그루가 심겨져 있어 단아하고 목가적인 정서를 물씬 풍기면서 육사 시향에 심취한 사람들의 시심을 더욱 자극하면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일대에는 육사 선생 시비와 동상, 생가인 육우당 등도 복원돼 있어 문학적'정서적 체험도 가능하다. 게다가 8월 8일과 9월 26일, 10월 17일, 11월 7일 오후 2시에 이 곳을 찾으면 시인'소설가들과 함께하는 낭독회에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절경을 이루고 있는 원촌마을의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따라 멀리 청량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윷판대'는 한국 현대시사에 길이 빛나는 육사 시 '광야'의 시상지로 알려져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고 있으며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협곡을 벗어 난 강물소리가 세차게 들려 혼탁한 사회 속에서 찌든 심신을 정화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고려시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한 공민왕의 모후가 2개월 정도 머물렀다 해서 이름 붙여진 '왕모산'도 육사문학관 남쪽에서 바라보면 늘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구름이 걸려 있어 시상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육사 선생은 왕모산을 오르는 중간지점에 깎아지른 듯 선 절벽 칼선대에서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는 시 '절정'을 지어 절박한 구국의 의지를 토로하기도 했다.
이육사 선생의 딸 옥비 여사는 "여름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이육사문학축전에도 참가하고 청포도 시를 암송하면서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초인의 시세계에 빠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주변의 도산서원과 퇴계종택'한국국학진흥원'산림과학박물관 등도 가볼만한 곳이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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