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동화 속 풍경을 화폭에 옮겨놓은 듯 하다. 스머프들이 사는 작은 마을도 떠오르고,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난쟁이 종족 '호빗'이 사는 아름다운 마을도 떠오른다. 이곳에서는 고민, 걱정, 갈등이 없을 것만 같다. 파스텔톤의 풍경 속에서 나지막한 지붕의 집과 오솔길, 아담한 나무는 한데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장민숙은 현대를 살아가는 바쁘고 분주한 사람들이 흔히 꿈꾸는 한가로운 풍경과 걷고 싶어 할 '마음의 산책길'을 그리는 작가다. 작품은 한결같이 '산책'이라는 같은 제목을 달고 있다. 유럽 어느 나라의 전통적인 마을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편안한 구도는 자연에 대한 작가의 시점과 소박한 서정미를 보여준다.
장민숙의 풍경은 일상적인 풍경 같지만 결코 일상적이지는 않다. 특히 잿빛 벽과 붉은 지붕, 노란 창으로 표현된 작은 집들은 가볍지 않은 무게를 느끼게 한다. 화려한 색채는 관객들로 하여금 삶의 연민을 느끼게 하며, 생(生)의 덧없음에 던지는 작가의 독백과도 같다. 그러나 이 독백 속에 피어나는 '산책'의 기대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적 환희로 작용된다. 특히 캔버스 가득 드러나는 정적인 구도에서 치열한 작가의 정신에서 발현된 조용한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장민숙은 자신의 캔버스에 독특하고 개성적인 미의식을 꾸준히 심어 왔으며, 그 결과로 미술 시장과 각종 미술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근작에 등장하는 모네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구름다리와 풍성한 꽃밭의 등장은 기존의 화면에 양식의 확장을 꾀하는 작가의 열정이다. 그의 작품은 잠시나마 긴장을 늦추게 하여 목적도 없이 바쁘기만 한 현대인의 일상 생활에 오히려 잔잔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장민숙의 '산책'전은 24일부터 8월7일까지 갤러리 다미(수성구 수성1가 우방한가람코아 2층)에서 열린다. 053)952-3232.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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