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야는 국회의 존재 이유부터 자각하라

난장판 속에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 관련법의 효력 유무를 놓고 여야가 또다시 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재상정 절차 없이 두 번이나 투표에 부쳐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고, 표결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에 의한 대리 투표 등 '부정행위'가 횡행했다며 미디어법의 국회 통과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과 함께 개정 방송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 쟁의 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是非(시비)는 헌재가 가리겠지만, 입법 행위의 적법성 여부를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게 됐다는 점에서 국회의 권위는 또 한 번 말이 아니게 됐다.

여야는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사나운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NBC방송이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한 야당의원이 앞사람의 어깨를 타고 넘어 의장석으로 점프하는 장면을 방영하면서 남자 앵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니 국제적 망신까지 산 셈이다.

개원하는 데만 82일이 걸린 18대 국회는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으로 점철된 '불임 국회'라는 것이 국민의 평가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갈등의 조정이라는 대원칙을 방기한 결과다. 이 모양이라면 '국회 무용론'까지 나올 법하다. 의회민주주의 위기라는 지적도 이제는 별다른 저항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있다.

여야가 정쟁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비정규직법 등 민생 법안은 표류하고 있다.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또다시 장외로 뛰쳐나가겠다고 한다. 장외투쟁을 장기로 할 거면 뭐 하러 국회의원이 됐는가. 여야는 근본으로 돌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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