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친선골프대회에서 홀인원을 해 골프장 측이 마련한 홀인원 시상식까지 마쳤지만 뒤늦게 경기규칙 위반을 이유로 상품지급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될까? 법원은 골프장 측의 처사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구에 사는 L(63)씨는 지난해 9월 경북 칠곡의 한 골프장이 주최한 회원친선골프대회에 참가해 동코스 16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했다. 골프장 측은 대회 규정에 따라 홀인원을 한 L씨에게 상패를 주고 부상으로 일제 혼다 CR-V 승용차(시가 3천540만원)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5일 뒤 골프장 측은 L씨가 경기규칙을 위반했다며 승용차 지급을 거절했다. 대회 당시 '시니어티는 70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다'는 로컬 룰을 공지했지만 63세인 L씨가 이 규칙을 어기고 시니어티에서 플레이했다는 이유에서다. 시니어티는 골프에서 처음 공을 치는 출발점으로 홀컵에서부터 거리가 가까울수록 레이디티(여성), 시니어티(노인), 레귤러티(일반 남성), 챔피언티(남성 프로) 등으로 나뉜다.
따라서 골프장 측은 "대회 당일 프런트와 식당 입구에 시니어티에 관한 로컬 룰을 공지했음에도 L씨가 다른 모든 홀에서는 레큘러티를 이용했지만 홀인원을 한 16번홀에서만 시니어티를 이용해 티잉 그라운드를 옮긴 잘못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L씨는 "시니어티에 대한 로컬 룰을 본 적이 없는데다 16번홀에서 캐디와 이벤트 업체의 파견직원에게 시니어티를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은 만큼 잘못이 없다"고 반박하고 소송을 냈다.
대구지법 민사15단독 김태현 판사는 23일 L씨가 골프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록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골프규칙은 '경기자가 실격에 해당하는 규칙을 위반한 것을 알고 있었던 경우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경기 종료 후 벌을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L씨가 실격사유에 해당함을 알고 시니어티에서 플레이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골프대회는 회원 친선경기에 불과해 프로대회처럼 엄격한 규칙적용을 하기도 어렵다"며 "시상식까지 열고도 새삼 경기규칙 위반을 문제 삼은 것은 신의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골프장 측은 다음달 초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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