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0개 언어로 번역돼 3억 부 이상이 팔린 소설. 월수입 150만 원의 목사를 500억 원이 넘는 억만장자로 만든 소설. 영국 북부 조그만 어촌 해안 마을 스카보로를 세계적인 관심지역으로 만들어준 소설…' 이처럼 다양한 수식어로 설명되는 이 소설은 영국의 그레이엄 테일러 목사가 쓴 판타지소설 '섀도맨서'(Shadowmancer)이다. '죽은 자의 대변인'이란 뜻을 가진 이 소설은 선과 악의 대결에서 마법의 힘을 빌려 선이 승리한다는 줄거리로 영국작가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를 누를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이 책은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이 영화 '졸업'에서 부른 '스카보로의 추억'이란 노래로 알려진 해안마을 스카보로가 간직하고 있는 온갖 이야기들을 수집한 테일러 목사가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 소설로 내놓은 것으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도 80여 명이라는 작은 교회의 목사로 부임한 테일러는 마을 구석구석 숨겨진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출판 비용이 없어 자신의 오토바이도 팔았다. 그 돈으로 2천500권을 찍어 주위에 나눠준 것이 알려졌고 그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국에는 이야기면 무엇이든 주고받는 스토리텔링 클럽이 1만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바탕이 해리포터나 나니아연대기, 섀도맨서 등과 같은 베스트셀러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닐까.
요즘 국내서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자기 고장이 간직하고 있는 고유한 이야기 수집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안동의 다양한 소재로 6명의 작가들이 단편소설로 구성, '그리움, 설렘… 천년의 꿈'이란 부제의 '동녘, 사랑이 머무는 곳'이라는 책(본지 15일자 12면 보도)을 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조선조 한 여인의 남편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담은 무덤 속 편지를 근거로 한 '원이엄마'를 비롯해 안동간고등어와 안동소주, 제비원미륵불, 하회탈, 도산서원과 같은 안동의 문화, 역사 흔적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책에서처럼 우리 곁엔 불교'유교'도교'풍수지리'개신교 등 다양한 토종 및 외래문화 흔적 등 이야깃거리들이 무궁무진하다. 이를 잘만 엮으면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질 수 있다. 경북도가 현재 진행 중인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결과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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